💌2023년의 마지막 편지가 도착했어요! 날이 추워질수록 외로움은 더해만 갑니다. 그렇지만 외로움이 서린 노랫말을 읊조리다 보면 위안을 얻기도 하죠. 이번 호에서 현지는 쓸쓸함에 빠진 수많은 꾀꼬리를 한데 모아 공존을 이야기하는 강서경 작가의 이야기 속을 거닐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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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의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는 회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강서경의 진화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전시는 리움미술관의 M2 전시장과 로비에 130여 점의 작품을 연출하며, 강서경의 개별 작품이 하나의 풍경화처럼 관객을 포용한다. 전시 제목 ‘버들 북 꾀꼬리’는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을 마치 베를 짜는 북으로 표현한,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 중 ‘버들은’에서 영감을 받은 표현이다. 작품들 사이를 거닐며 관객은 강서경의 확장된 회화의 세계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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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작품이 공간을 촘촘하게 채우고 있고, 작품의 규모에 압도된다. 또한 미술관의 큰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수풀이 우거진 풍경과 작품이 어울려 입체화된 산수의 풍경을 그려낸다. 1층 전시장 중앙에는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산〉(2023) 연작이 있다. 금속 골조에 겨울 설경을 닮은 흰 실, 가을 단풍을 닮은 주홍빛과 적갈색의 실, 금속체인으로 표현된 암반, 새 생명이 틔우는 따스한 봄을 담은 연한 분홍빛 실, 에메랄드빛과 노란빛을 매끈하게 뽐내는 여름 등 다채로운 재료의 물성이 돋보인다. 강서경 조각의 특징인 딱딱함과 부드러움, 채움과 비움이 공존하는 모습이 나타나며 사계의 시간과 풍경을 느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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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2023. 사진: 홍철기, 강서경 스튜디오∙리움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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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2023)옆으로 위에서 아래로 펼쳐진 〈자리 검은 자리〉(2020-21) 는 화문석을 변형한 작품이다. (화문석은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행무를 추는 공간의 경계를 표시하는 돗자리이다) 작가는 한 개인에게 무대가 되기도 하고 경계선이 되기도 하는 화문석을 ‘자리’라는 공간 개념으로 바꾸어 회화 매체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자리 검은 자리〉 연작을 그림처럼 벽에 걸거나, 발처럼 공중에 매달거나, 반으로 접거나 돌돌 말아 변형된 형태로 전시하기도 하며 철제 프레임을 씌우는 등 작품이 상징하는 공간성과 개별 주체성의 기반을 확장하고 실험한다. 강서경의 자리는 사회에서 자신의 모습을 여러 모습으로 변형해 가며 개인의 자리를 찾고자 하는 시간과 노력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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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전시장은 검은색으로 덮인 벽면과 검은색 카펫으로 덮인 바닥이 지하 전시장과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하 전시장이 따스하고 밝은 햇살이 비추는 낮이었다면, 위층 전시장은 깜깜한 밤과 우주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정한 시간마다 울려 퍼지는 맑은 종소리는 우주 공간의 별이 공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닥으로부터 낮게 떠 있는 〈산-아워스(Hours)〉(2020-21) (이하 〈산-아워스〉(2020-21)) 연작이 첫눈에 들어온다. 알루미늄을 구부리고 표현을 두드려 만들어진 추상적 형상의 작품들은 산의 능선, 해와 달, 인간 등을 연상시킨다.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며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관람객과 관계를 맺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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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철제 조각으로 구성된 〈기둥〉(2020-21)은 모빌 형태의 〈산-아워스〉(2020-21) 와 추상적인 밤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사람보다 큰 크기에 타원형의 몸체를 지닌 작업은, 촘촘한 빗살무늬로 뚫린 표면과 율동감 있는 외형, 파스텔 색조의 색채로 인해 시각적 역동성을 유발한다. 이러한 성질은 움직일 수 없고 굳건해야 하는 현실의 ‘기둥’과 달리 움직임을 상상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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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는 강서경의 작품 세계를 체계적이고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조망한다. 미술관에 펼쳐진 작품이 만들어 낸 풍경은 전통과 현대, 구체와 추상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관람객에게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자극한다. 작가는 전통에서 찾은 개념과 미학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해 왔다. 또한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까지 다채롭지만, 이 모든 게 ‘회화’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작품들은 강서경의 회화에 대한 깊은 생각과 탐구를 반영하며, 경계 없이 모두 모여 있는 상황과 풍경을 이야기한다. 또한 회화를 여러 감각으로 확대하여 미술관에 풍성하고 입체적인 풍경으로 펼친다. 관람객은 작품과 작품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며 회화의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확장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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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전시장은 조밀하게 배치된 작품과 많은 관람객이 자유롭게 정해진 관람 동선 없이 감상 하는 만큼, 배치 특성상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했을 때, 전시 공간에 좌석을 배치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위층 전시장은 공간과 작품 그리고 관람객 사이의 공간이 존재했다. 헤드셋을 배치한 공간 옆에 관객이 갖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스툴을 배치하여 전시장을 거닐다 잠시 멈추고 앉아서 작품을 마주하며 전시장의 풍경과 하나 되는 순간을 선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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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21-02〉,2021, 염색된 울, 약 334(H)*244(W)cm. (이미지 제공: 조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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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정보 접근성과 관람 환경부분에서는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작품의 제목 외에는 QR코드로 접속해야만 작품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었던 점이 아쉬웠다. 이는 QR코드가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의 정보 접근성을 낮춘다. 또한 관람객이 작품에 대한 정보가 부재한 상태로 전시를 감상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 예로 지하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 〈낮〉(2021)은 관람객이 앉을 수도 있도록, 대형 스툴과 같은 형태로 배치했지만, 관람객은 하나의 작품으로써 조심스럽게 대할 뿐, 스툴의 기능도 한다는 사실은 전시장에서 알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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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작가 강서경
장소 리움미술관 M2(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기간 2023. 09. 07. ~ 12. 31. (화-일 10: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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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대엽의 대표곡인 〈버들은〉은 봄날에 홀로 된 화자의 외로운 심정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봄이 도래하며 나타나는 버들과 꾀꼬리를 옷감을 짜기 위한 실과 북에 비유했죠. 현대에 재현된 공연을 보며, 강서경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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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킴(Lim Kim)이 2019년에 발매한 앨범 〈Generasian〉은 동양적인 것, 한국적인 것의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곡이 실려있습니다. 그 중 〈민족요(ENTRANCE)〉(2019)는 우리의 가락을 적용해 민요를 즐겨 듣지 않는 사람들도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합니다. 제가 공유한 영상을 보시면서 작년과 다른 새해의 다짐을 새기는 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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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12월 4주차
발행인: 땡땡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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