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호의 네 번째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 [Web 발신] 안녕하세요, 땡땡레터 집배원입니다. 고객님 앞으로 발송된 우편을 21. 07. 15.에 배달 완료 하였습니다. 항상 땡땡레터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들의 시간 우산이 되어주는 친구 J에게 안녕. 이렇게 너한테 편지를 쓰는 게 오랜만인 것 같아. 마지막 편지를 주고받은 이래로 우리 각자의 상황이 꽤 달라지는 바람에 직접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했던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 나도 나름 돈을 벌고 있는데, 나보다 먼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이 안 가. 예전에 통화했을 때 기억나? 넌지시 내가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었잖아. 음.. 어떻게 말할지 오래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편지가 좋을 것 같아. J야. 나는 가끔 나를 놓아버리고 싶어. 어떤 날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해. ‘어떻게 죽을까?’ 하고. 웃긴 건, 고통을 느끼기 싫어서 주로 쉽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는 거야. 반대로 어떤 날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고, 이 아름다운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에 감격할 때도 있어. 하지만 대부분의 날은 내 존재를 부정하며 흘려보내. 이렇게 내가 우울해진 건 아무래도 스스로, 알아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져서 인 것 같아. 난 졸업을 하고 나서도 먹고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잊었었어. 그저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고 쫓다가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 거야. 갑작스레 마주한 현실이라는 세계는 너무 치열하고 답답해서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힐 듯해.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자살 Le Suicidé, 1877, 캔버스에 유채, 46 x 38 cm, 뷔를레 컬렉션 소장 너는 이 그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그림 속 인물처럼 자살을 생각하게 되니? 아니면 오히려 살고 싶다는 확신이 들어? 이 그림이 상징적으로 등장한 영화 〈프란츠(Frantz)〉(2016)에서 주인공은 이 그림을 보며 살고 싶다고 해. 자신의 침대에 쓰러져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결국 자신을 놓아버린 이 남성은 왜 죽었을까. 에두아르 마네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의 모티브가 된 사건과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한 것 같아. 19세기 프랑스는 화가들의 주요 활동지였고, 살롱전은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었던 등용문이었어. 그런데 홀트차펠이라는 한 화가가 1866년 자살하게 돼. 살롱전에 계속 작품을 출품했지만 낙선하게 되니까 재능이 없다고 여겼거든. 마네 또한 당시까지 한 번도 거론되지 못한, 어느 화가 중 하나라는 생각이 커지니까 극심한 우울감에 빠졌을 거야. 우리가, 우리로서, 곧 ‘나’로서 인정받고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다르게 생각하면, 내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면 행복한 걸까? 난 살아오면서 왜 내가 태어났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줄곧 고민했어. 아직도 그렇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했을 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행복한가’라고 생각해. 결국, 우리는 더 편안한 삶을 위해, 안정된 생활을 위해 일하고,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잖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표현처럼 눈앞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행복해지는 게 인간인데, 왜 다른 일들로 고통받으면서 행복해지려 노력하는 걸까. J야, 혹시 ‘개와 늑대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는 표현 알아?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는데, ‘해 질 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뜻이래. 나는, 지금 이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사는 것 같아. 미래의 불분명함 앞에서 불안함에 떨고 있는 시간 말이야. 내가 그동안 불안에 떨고 혼란을 겪었던 건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위기감에 매몰되었던 결과라고 생각해. 허둥지둥 누군가의 모습을 따라잡으려다 진정한 나를 잃어버렸던 거야. 내가 그토록 너한테 죽어도 되기 싫다고 한 모습으로. 하지만 ‘개와 늑대의 시간’이 불행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어떻게 의지를 갖추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게 다가올 실루엣은 개가 될 수도, 늑대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라는 걸 알아차릴 때, 그건 내가 그토록 바라던 미래이자 행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우울해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나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을 뿐인 거지. J, 너도 그렇고. 무엇보다 세상에는 아름답고,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믿어. 그러니, 우리가 언젠가 약속했던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을 걸어 다닐 그 날까지, 버텨볼게. 또 다른 아침을 맞이하며, 아현이가. 🌿 아현 이 편지를 읽으실 구독자분들의 반응을 궁금해 하며 작성했습니다. 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깊은 내면을 드러내서 기분이 언짢은 분이 계신다면 양해를 구합니다. 지난 보름 간 저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제 모습을 알았고,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제 편지로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끝없는 우울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당신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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