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성북 N 작가공모의 과정을 공유합니다! 김맑음 리뷰어 인터뷰 지난 8월, 땡땡 콜렉티브는 건축과 예술의 틈새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김맑음 리뷰어님의 작업실에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 공간을 비교한 연구 프로젝트부터 전시를 구전 텍스트로 전달하고자 하는 실험까지, 흥미로운 아이디어들로 가득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그 순간을 잠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Q. 어떤 사람으로 땡땡레터의 구독자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하시나요? 저는 건축과 예술의 틈새에서 글을 쓰거나 기획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Q. 이번에서도 건축과 예술의 틈새에서 연구를 진행하셨잖아요? 《구름 그림자》를 통해 소개된 「화이트 큐브, 가상 광장, 그리고 시차 조정」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작년부터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많은 전시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전달되었는데,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나 핸드폰에 익숙한 90년대생인데도 불구하고, 전시를 온라인으로 보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죠. 회화 표면의 질감이나 물감의 두께가 스크린으로 보여지면 확실히 납작해지잖아요? 그래서 온라인 상의 전시를 감상할 때, 스크린 위에서 미끄러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그 대척점인 마찰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트인컬쳐』 2월호에 「폐허의 마찰력(원제: 폐허와 스크린 사이에서,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게재했었고요. ‘성북 N 작가공모’에서는 그의 연장선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 공간을 비교하는 연구 주제를 잡게 되었습니다. Q. 공간과 건축에 대한 관심이 돋보이는 연구 주제네요. 혹시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여쭤보아도 될까요? 19살 재수시절에 친구가 일본 건축가 책을 빌려준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나요. 이후 리움 미술관에서 전시장 지킴이를 했었는데, 리움 미술관은 장 누벨, 마리오 보타, 그리고 렘 쿨하스의 건물이 이어져있는 구조잖아요? 건축물에 따라 바뀌는 공간 분위기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느끼기에) 미학이나 예술학은 추상적인 논리 구조를 조직하는 일이라면, 건축은 실제로 지어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말하자면 예술학 공부를 하면서 하늘 위에 이야기를 하다가 땅에 발을 붙인 느낌이었어요. 그 차이에서 오는 흥미로움때문에 지금까지 건축을 기웃거리는 것 같아요. Q. 전시장 지킴이를 하시면서 건축에 관심이 생겼다는 부분이 흥미롭게 들리는 것 같아요. 프랑스에 소재한 레지던시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일단 프랑스가 저랑 안 맞더라고요. (웃음) 프랑스와 한국의 건축은 유형이 많이 달라요. 프랑스의 건물은 대부분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어요. 그리고 리모델링을 하거나 재건축을 할 때, 국가에서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요 반면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부수고, 짓고, 만들잖아요. 엄청난 속도로 건축물이 세워지고, 재건축하고, 또 그것이 투기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이것이 부끄러운 현실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흥미로웠어요. 한국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한국어로 석사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동대학원으로 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막상 돌아와서는 프랑스 출신 학자의 건축 관련 저서로 논문을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지만요. Q. 그 아이러니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혹시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학부 때 건축공간예술 융합전공을 했어요. 건축을 공부하는 친구들을 그때 많이 만나게 되었죠. 하지만 저는 건축 전공자가 아닌 입장에서, 말하자면 건물을 짓지 않는 입장에서 건축을 보게 되더라고요. (아까도 말했듯이) 건축이랑 미술은 보는 관점이 너무 다르단 말이에요. (미술을 전공하는) 제가 생각하는 건축과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축이 달라서, 그 다른 관점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얼른 써야 끝날텐데 말이죠. Q, 도시 건축과 관련해서 출판하신 경험도 있으시잖아요? 그것과도 관련이 있나요? 『한국, 99%의 건축, 그리고 틈새의 예술』은 ‘건축틈새’라는 이름으로 김효경이라는 친구와 함께 기획하고, 이후 건축과의 강신이라는 친구와 디자인 작업을 했었어요.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용적률’과 관련이 있어요. 용적률은 전체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의 연면적의 비율로, 한국에서 많이 활용되요. 대지면적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된 땅의 크기, 연면적은 건물 내부의 모든 층의 바닥 면적을 더한 크기를 의미해요. 그러니까 용적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람이 많이 거주할 수 있는거죠. 아파트는 몇백퍼센트까지도 치솟아요. 그 수치가 자본의 수입과 건축주의 수익과 직결되는 것이 있죠. 말하자면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은 건축가들이 용적률을 어떻게 디자인적으로 풀었는지에 대한 기획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저는 건축주가 아니니까, “예술가들이 용적률에 틈에서 어떻게 살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럼을 기획했어요. 다행히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쉐어프로젝트로 공간지원을 받아서 진행했어요. 옛날에는 전래동화처럼 구전되었던 이야기가 요즘에는 핸드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다른 통신 매체를 통해서 전달이 되잖아요? 이러한 현상에 ‘텔레마틱 구전’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포항의 대안공간298에서 9월 17일부터 10월 14일까지 강재원, 김은솔, 신미정, 정재희 작가와 함께해요. 그리고 제가 활동하는 포항과 서울 거리상 전시는 많은 분들이 직접 와서 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아예 이것을 기획에 포함시켜 전시를 구전 텍스트로 전달해보고자 해요. 전시 자체가 구전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려고 하는거죠. 미술비평가 김태휘, 미술사학자 우정아, SF 소설가 심너울, 그러고 제가 이메일로 텍스트를 보낼 예정입니다. Q. 이제 인터뷰를 마쳐야 할 시간이네요.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아트인컬쳐』 2월호에서 내일의 아트월드를 견인할 ‘뉴커머즈 77’과 함께 소개되셨잖아요? 뿌듯하지만 부담스러운 일일 것 같기도 해요. 그럼에도 젊은 기획자이자 비평가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제가 이 질문을 보고 이렇게 써놨어요. “미술에 인생을 걸지 말자.” 미술을 좋아하면서도 그에 매몰되면 어쨌던 건강을 해치더라고요. 미술이 재밌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나 관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미술에 열정을 가지라는 말은 다른 분들께서 많이 하실 것 같아서, “인생을 걸지 말자” 이런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삶이 먼저니까요. 👾 강리 김맑음 리뷰어님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전달받은 에너지 덕분에, 저는 무사히 여름을 넘기고 가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께도 이와 같은 에너지가 전달되기를 바라며 순간을 되살려보았습니다. 점차 낮이 짧아지는 요즘에 힘이 되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소개 건축∙도시∙공간에 관심을 두고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과 건축공간예술 융합전공을 함께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를 수료하였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도시건축 이론과 예술이 서로 접점을 이루면서 생기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 7-8기, 코디네이터, 보조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건축과 예술의 틈새를 기웃거리고 있다. 기획한 전시로는 《tele-type-lighter》(2021.9.17-10.14, 대안공간298, 포항), 《PEBBLE SKIPPING: 임노식 개인전》(2020.2.18-3.14, 보안여관1942, 서울), 《DUMMY LINES: 고경호, 정진욱》(2018.11.13-11.30, 회전예술, 인천) 등이 있다. 오늘, 땡땡레터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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