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볼 5월의 전시는 무엇일까요? “오월의 햇살처럼 시월의 하늘처럼 그렇게 못 견디게 당신이 좋은 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느끼고 있잖아요, 어느새 슬픔이 사라져버린 걸.” 자우림의 〈17171771〉(2004)이 품고 있는 가사입니다. 이 노래는 곧 발매 20주년을 맞겠지만, 오월의 햇살은 가사처럼 여전히 아름습니다. 그러나 어떤 슬픔은 아직도 생생한 듯합니다. 오늘은 오월의 햇살 아래 아물지 못한 상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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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공간》(아르코미술관, 2023)의 서문을 살펴보자. 이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을 둘러싼 기억을 동시대 작가들의 눈을 통해 조명하고 이 기억들을 다시 미술관으로 소환함으로써 미술관의 공간을 연결하고 활성화”¹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옛 서울대학교 문리대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자 거리와 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동숭동 대학로, 그리고 시민들의 쉼터인 마로니에 공원”²을 나열하며, 아르코미술관으로 불러들일 기억들을 호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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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표풍(漂風)하는 걸음〉, 2023, 시트지에 디지털 컬러 프린트, 투명 시트지에 디지털 컬러 프린트, 가변 크기.
김보경, 〈양손의 호흡 - 5mm 왕복 운동으로 만든 반사광 #2〉, 2023, 니팅 면실, 황동봉, 192×45×15cm.
김보경, 〈양손의 호흡 - 5mm 왕복 운동으로 만든 반사광 #4〉, 2023, 니팅 면실, 황동봉, 85×68cm.
(사진제공: 김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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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김보경은 아르코미술관이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낙산, 혜화동, 홍덕천 일대를 기록한 이미지를 병치·합성·중첩하여 〈표풍(漂風)하는 걸음〉(2023)이라는 제목으로 펼쳐놓았다.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연작 〈양손의 호흡〉(2023)을 걸어두었는데, 대바늘을 이용한 편물이 가진 복잡한 얽힘을 통해 선형적 시간을 넘어선 연결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제1전시실의 입구와 제2전시실의 출구에 자리한 김보경의 이 작업은, 감상자가 《기억·공간》에 접속하는 열쇠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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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빈, 〈SGS No.1〉, 2023, 옹기토, 65×50×50cm.
양승빈, 〈SGS No.2〉, 2023, PLA, 65×50×50cm.
양승빈, 〈구니스〉, 2023,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9분 25초.
(사진제공: 김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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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빈의 〈구니스〉(2023)는 아르코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의 흔적을 쫓는 모큐멘터리이다. 작가는 리서치를 하던 중 김수근이 디자인한 의자를 본 적이 있다는 수필에서 시작하여 그 의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한 편의 추리물처럼 흥미진진하게 연출하고자 노력했다. 이 작업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려놓으며 현재에서 과거를 다시 쓰고자 시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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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두 작품을 번갈아 보고 있자면, 아르코미술관을 '장식'할 수 있는 기억은 다분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표풍(漂風)하는 걸음〉이 되새김질하는 1980년대는 아주 낭만적이고 평화롭다. 그러니까, 호헌철폐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정치적 장소가 단순히 정부가 주도하여 조성한 "문화예술의 거리"로만 축소되었다는 뜻이다. 한편, 〈구니스〉는 건축가 김수근을 기념하고 추억하느라 그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 벌어진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했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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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이 불러들인 기억들은 이토록 아름답다. 그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자 부단히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마다 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그리고 국가/제도/기관이 우리의 기억을 멋대로 편집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이 질문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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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관해 생각하라 하면, 저는 호 추 니엔의 〈49번째 괘〉(2020)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2021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보았던 작품 중에서 규모가 큰 작품이어서가 아닙니다. 가면과 옷차림 등은 다르지만, 시위, 행진, 역사적 사건 등을 재현한 장면들에서 어떤 숭고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5월 마지막 주이지만, 한창 꽃이 필 5월에 일어났던 고통과 정신을 모두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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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정례전 《젊은 모색》은 (미술관의 설명에 의하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신인 작가 발굴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젊은 모색 2023》에서는 작가들이 미술관이라는 제도 공간을 사유하고 탐색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들은 미술관의 공간적 규범과 그간의 전시에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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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시를 보고난 후 카페에 가곤 합니다. 거기서 방금 본 전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곤 해요. 어쩌다 산책은 책과 숲으로 둘러싸인, 산책과 같은 쉼의 느낌을 주는 서점입니다. 아르코미술관에서 약 3분거리에 위치한 어쩌다 산책에서 차 한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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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5월 4주차
발행인: 땡땡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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