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의 전시를 살펴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TINC(디스이즈낫어처치)에서 열리고 있는 《Pounding Heart》에 대해서 헤다가 리뷰합니다. 작품을 통해 '수행한다'는 말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헤다의 시선을 따라 작품들과 관람객/참여자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함께 살펴봅시다. |
|
|
사주팔자에서는 생년월일에 따라 사람마다 대운이 바뀌는 특정 시기가 있다고 말한다. 대운이 바뀌는 해가 2라면, 2012년, 2022년, 2032년, 10년 단위로 인생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역술가의 한 마디로 기억에서 희미해진 2012년이 내 인생에 중요한 시기로 느껴지거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2032년이 희망이나 절망으로 그려진다. 이나연의 〈Fortune Telling〉에서 관람객이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면서 그때의 오늘을 다르게 떠올려 보는 것처럼. |
|
|
이나연, 〈Foutune Telling〉, 2023, 시트지, 가변설치. (사진 제공: 헤다) |
|
|
220111
처녀자리: 이러다 폭발하겠다... 불안감으로 괜스레 긴장이 되는 날입니다.
(중략)
행운의 색상: 블랙
– 이나연, 〈Fortune Telling〉
|
|
|
나의 별자리가 아니더라도 지시문을 따라 읽으면 무언가를 믿거나 의심하게 된다. 이나연은 오늘의 운세에서 흔히 보이는 지시적이고 선언적인, 마치 예언을 하는 듯한 언어를 포착하여 전시장에서 이를 보여준다. 다양한 색으로 햇빛에 비춰지는 오늘의 운세는 오늘의 기분, 만난 사람, 일과와 예기치 못하게 이어지게 만든다. 여느 때와 같이 지나쳤을 어떤 순간이 의미를 가진 사건처럼 나타난다. 읽는 사람의 ‘오늘’을 재맥락화한다. |
|
|
J. L. 오스틴은 언어학에서 진위문의 형식을 가지면서 정보의 기록이나 전달을 의도하지 않은 발화를 발견하고 이를 수행적 발화라고 명명하였다. 여기서 ‘수행적(performative)’이라는 용어는 명사 ‘행동(action)’과 함께 쓰이는 동사 ‘수행하다(perform)’에서 유래한 것이다.¹ |
|
|
비고, 〈tOOOOOrso〉, 2016, 종이, 나무, 사운드, 39.4×54.5cm, 27.3×39.4cm, 4분 43초. (사진 제공: 서헤다) |
|
|
선언적 발화는 수행적 움직임을 만든다. 비고의 〈tOOOOOrso〉에서 뜯긴 종이와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으로, 전시장 바닥의 종이 조각들이 누군가의 손에서 뜯겨져 나왔음을 상상할 수 있다. 숨을 내쉬거나 들이쉬라는 음성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숨을 고르거나, 숨을 의식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을 따르든, 따르지 않든 관람객은 지시적인 음성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작품, 공간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느끼게 된다. |
|
|
오채현, 〈미확인지상물체〉, 2023, 천에 디지털 프린팅, 2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4분 30초. (사진 제공: 서헤다) |
《Pounding Heart》 전시 전경 (사진 제공: 서헤다) |
|
|
오채현은 시선이 주는 수행성을 포착한다. 〈1695.68005200〉에서 퍼포머는 관객이 없는 극장에서 배회한다. 관객이 있어야 할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관객 없이 수행되는 퍼포먼스가 카메라에 담기며 마침내 이 전시장에 도달했을 때 극장이 갖는 수행적 측면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전시장 계단을 올라 〈미확인지상물체〉에서는 조감적 투시로 ‘명성교회’와 그 주변을 담는데 카메라를 통해 관람객의 몸으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시선을 보여준다. 영상 속 사람은 관람객을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듯, 위의 관람객을 응시한다. 반면, 안재영은 고유한 시선을 제시하는 듯 보인다. 반려 식물을 금속판에 담아, 식물이 가지지 않는 질감과 물성을 부여한다. 그것은 안재영이 식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탐구한 후 담은 식물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
|
|
《Pounding Heart》(TINC, 2023)가 던지는 물음은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참여가 어떻게 나타나는가이다. 지시적인 발언의 형태이든, 매체가 가지는 수행성이든, 작품은 관람객을 작품 내부로 불러와 작동자의 위치에 두려고 한다. 사주를 볼 때 나와 상관없던 2032년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그 순간처럼, 이미 작품의 언어와 제스처는 관람객과 만나는 순간 시작되고 그 과정 속에서 수행된다. |
|
|
¹ J. L. 오스틴, 『말과 행위 : 오스틴의 언어철학, 의미론, 화용론』, 김영진 역, 1992, p. 27. |
|
|
헤다는 지시문(운세), 공간(극장)이 촉발하는 관람객의 수행성을 고찰합니다. 그러나 관람객(인간)만이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운세와 극장 또한 인간을 움직이는 중요한 행위소(actant)로 간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인 베넷은 물질(thing)을 능동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인간의 지위를 재조정하고자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무력하고 수동적으로 바라보았던 사물의 힘에 관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
|
|
어느 단어를 반복해서 읽다 보면 뜻이 어색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손목에서 뛰는 맥박이, 땅에 닿는 발바닥이, 숨을 들이마시는 코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죠. 악뮤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2016)는 어느 날 사람들이 길을 걷는 모습을 의식한 순간 떠오른 노래라고 합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교차로나 번화가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생경하게 느껴보세요! 🚶♀️ |
|
|
퍼포먼스에 관한 전시를 보니 또 다른 퍼포먼스 예술가가 떠오릅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사회·정치적인 내용을 자신의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그가 MoMA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관람객과 예술가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죠. 시간이 되신다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를 다룬 영화를 보시는 건 어떨까요? |
|
|
2023년도 6월 4주차
발행인: 땡땡콜렉티브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