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전시를 살펴봅니다!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야 하는 공간은 어디일까요? 반대로 전시되면 안 되는 공간은 어디일까요? 어쩌면 전시되어야 하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 따위는 없다는 게 우문현답일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아트선재센터는 미술관의 기능적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삼아, 그 가능성을 탐구해 봅니다. 미술관 주변을 걸으며, 오늘의 리뷰어 헤다는 무엇을 느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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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 on someone else’s shoes’를 직역하면 ‘다른 이의 신발을 신다’이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신발을 신고 걷는 상상을 해본다. 신발이 작거나 크다. 너무 조이거나 느슨하다. 넘어질까 성큼성큼 걷지 못하고 작은 보폭으로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전시 《오프사이트》에서 관람객은 마치 다른 누군가의 신발을 신은 것 같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으로부터 모험을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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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공축(이스터 에그)〉 외부, 2023 (이미지 제공: 서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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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사이트》에서 작품은 경로를 만드는 하나의 점이자 공간의 경계가 된다. 전시장에 예상 가능한 모습이 아니라 뜻밖의 공간에서 마주한다. 익숙했던 아트선재센터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같은 공간이지만 관람객이 다른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작품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들고 물품 보관함, 기계실, 복도, 계단, 옥상정원, 아트홀 분장실을 점유한다. 기능적 공간과 전시 공간의 전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은 현남의 〈연환계〉(2022)인데, 1층과 3층으로 연결되어 물품보관함 〈공축(이스터 에그)〉(2023)으로 가는 힌트를 작품에 남긴다. 작품과 작품은 선처럼 이어지고 관계 속에 관람객이 자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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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 〈룸 드로잉(라이트)#2〉, 2023, LED 조명, 전선, 와이어, 가변크기 (이미지 제공: 서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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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의 작업에서는 작품들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면, 오종과 최고은의 조각에서는 바깥과의 관계가 두드러진다. 오종의 〈룸 드로잉(라이트)#2〉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늘고 섬세한 선과 같은 조명으로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수직적으로 이어진다. 적극적으로 보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보지 않았던 것을 보게 한다. 시선이 잘 닿지 않았던 창의 모서리, 계단의 바닥과 같은 건축적 공간을 응시하게 만든다. 시각을 통해 다른 시점을 만드는 오종의 작업은 작품의 외부와 결코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조각이 머무는 곳에는 주변 건축물, 밖에 지나는 사람들과 시선이 겹쳐 미술관 내부가 바깥과 연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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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선베이크〉, 2023, 동 파이프, 1700x1500cm (이미지 제공: 서헤다) |
이요나, 〈파운틴 인 트랜짓〉, 2023, 스테인리스스틸, 오브제, 235x145x165cm (이미지 제공: 서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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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정원에서는 최고은의 〈선베이크〉(2023)를 볼 수 있다. 길고 수평적으로 늘어진 파이프는 굽이굽이 이어진 산등선의 풍경과 교차한다. 기둥이나 배관에서 볼 법한 긴 파이프 조각은 길고 광활하게 놓여 있다. 〈선베이크〉의 파이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물질이 밖으로 나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딘가 나른한 모습처럼 느껴지는 〈선베이크〉의 파이프들과 다르게, 1층 정원에서 보이는 이요나의 〈파운틴 인 트랜짓〉(2023)은 끊임없이 쓰러지는 오뚝이의 바쁜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수영장 시계, 버스 손잡이, 샤워 시설처럼 실용적 기능을 가진 다양한 오브제들의 조합은 개연성이 없어 오히려 기능을 잃는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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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윤, 〈필링 유 필링 미〉, 실리콘, 실리콘 안료, 플라스틱 선베드, 타월, 56x195x55cm 2023 (이미지 제공: 서헤다) |
현정윤, 〈댄싱 스파이럴 2〉, 2023, 철 파이프, 레진, 실리콘, 실리콘 안료, 187x90x40cm (이미지 제공: 서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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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개방하지 않는 지하 공간에는 현정윤, 그레이코드, 지인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아트홀 내부에서 그레이코드와 지인은 우주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진동, 파장등 비가시적 현상을 사운드 및 미디어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한편, 부풀어지고 과장된 몸을 보여주는 현정윤의 〈댄싱 스파이럴〉(2023) 연작과 〈필링 유 필링 미〉(2023)는 어쩐지 무대가 아닌 분장실과 백스테이지에 있어 재밌는 상상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무대 안과 밖에서 분열된 배우의 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오프사이트》에서 관람객은 무대 위,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은밀한 장면을 마주하며 발자국 없이 걷는다. 모호한 공간 사이에 장소를 뒤틀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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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240 245〉의 제목은 ‘박은호’라는 개인의 역사를 “240은 작고, 245는 큰” 신발을 신게 되는 상황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딱 맞지 않은 신발을 신은 것처럼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순간을 살고 있다면, 이 연극을 함께 보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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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오프사이트》는 오늘날 미술관에서 전시를 제외한 기능을 가진 공간에 작품을 설치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미술관의 각 공간은 본래 어떤 기능을 하는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한국 공간디자인학회 논문 「미술관의 공간역할과 의사소통행위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2019)를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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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낯설게 만드는 전시에 관한 헤다의 글을 읽고 나니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그중 차슬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작가는 만화 속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음식을 해체하거나 확대하여 특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실제와 비슷하지만, 먹을 수 없는 것. 이 간극을 재밌게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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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본 경험을 떠올려 보니, 영화 오펜하이머를 관람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잠시 동안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인생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요. 영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 보는 것 또한 추천해 드리며 물러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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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08월 4주차
발행인: 땡땡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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