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전시 리뷰에서는 아직 공기가 그리 차갑지 않던 11월 중순에 종료된 전시에 관해 다룹니다. 아현은 엘리펀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되었던 김재원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2년 전에 감상했던 한 전시를 소환합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태도를 취하는 두 작가의 작업을 비교하면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글에서 확인해 보세요.
*11월 23일발송된레터에서일부단어및오타를수정한후재발송된메일입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을 위한 안내서
글. 아현
어서 오세요. 이곳은 초대받지 못하더라도 입장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공간에 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아, 필요하시다고요? 알겠습니다.
우선 입장하시기 전에 이 초대를 주체한, 공간의 주인공에 관해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보시게 될 김재원 작가의 개인전 《Hazy Scenes》는 흐릿한 초점과 모호한 서술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큰 스크린 작업 〈불특정 주인공〉(2023)은 그 제목에 걸맞게 화자가 나누어져 있지 않은 대화를 보여주죠. 한때 그리고 여전히 잠재된 질병의 위협과 질병이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는지 반문합니다. 화자들은 오히려 몇 년간 우리와 우리 주변에 머물렀던 그 질병이 다른 질병에 관한 인식을 크게 바꾸지 않았음을 주장합니다. 김재원은 이러한 심정을 강조하기 위해 처연하면서도 감성적인 음악과 어두운 숲을 헤매는 장면으로 묘사합니다.
영상을 다 보시고 바로 뒤를 돌면 세 점의 작품과 마주하시게 될 겁니다. 김재원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일련의 기록과 앞에서 보신 영상 작품의 연장선이죠. 이번 전시에서 김재원이 꾀한 전략은 퀴어와 HIV/AIDS의 확장성으로 특히 〈허물〉(2023)에서 이를 잘 드러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익숙한 장면들을 통해 퀴어이자 HIV/AIDS 감염인으로서의 삶이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음을 함유합니다. 여기서 저는 이 ‘다르지만 같다’를 같은 주제이지만 상이한 태도로 다룬 한 전시가 떠오릅니다. 2021년 탈영역우정국에서 진행되었던 최장원 작가의 개인전 《HIV 감염 7주년 축하》입니다. 혹시 아시나요? 아 모르시는군요.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그 전시는 초대 형식 중 하나인 ‘RSVP’를 컨셉으로 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되어 있던 존재들이 반대로 초대의 주체가 되어 일면식이 없는 사람도 초대하였죠. 김재원이 주제와 연관성이 있는 서사를 끌어들여 공감을 유도하는 반면에, 최장원은 초대라는 행위를 이용하여 환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렇다고 김재원의 전략이 다 수용되지는 않습니다. ‘HIV Science as Art’에서 제작한 사진 작품 〈체온〉(2023)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할 때 “성적인 행위를 묘사”하고 있어 차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또한 전시의 일환이자 ‘투쟁’으로서 응대하고 있습니다.
예술에서 퀴어와 에이즈에 관해 다룬 역사는 서구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이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다루어진 지는 그리 길지 않죠. 그럼에도 김재원의 작품처럼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시의 서문에서 기획자 이규식은 김재원의 영상에서 따온 말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저는 이제 안내를 마무리하면서, 전시를 통해 우리가 찾은 것을 이용하여 “무엇을 해야 할까.”로 바꿔 묻고 싶습니다. 그럼, 부디 즐거운 관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