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O 속 미술'을 찾아 소개합니다! 11호의 주제는 ‘OO 속 미술’로, 다양한 장르에서 미술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오늘 아현은 영화 〈방랑자(Sans toit ni loi)〉(1985) 속에서 찾은 미술, 피파 바카의 〈여행 중인 신부(Brides on Tour)〉(2008)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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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생을 영화에 비유한다. 그만큼 영화는 여러 사람의 인생을 담는 도구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삶을 상상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슈퍼 히어로가 되어 시민들을 구하거나,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거나, 비범하거나 특이한 인물이 되어 사는 삶을 말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일상에서 해소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도, 그 문제를 안으며 살아갈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듯 영화는 실제 공간과 가상 공간을 넘나들며 무궁한 상상력을 제시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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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영화 〈방랑자(Sans toit ni loi)〉(1985)는 방랑자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싸늘하게 얼어붙은 시신이 된 여성의 죽음을 시간순으로 추적하면서 진실을 파헤친다. 전부 ‘모나’라는 이름만 알 뿐, 카메라는 그를 잠깐 만난 사람들에게 모나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이유에서 죽었는지 추측한다. 감독은 모나를 태워준 트럭 기사, 모나를 재워주거나 음식을 제공해 준 사람들 등의 목격담을 담을 뿐, 모나를 목격한 사람 누구도 그 죽음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자신들의 편향된 시선으로 모나를 묘사할 뿐이다. 담담히 실제로 존재할 법한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아 방랑하는 자의 삶을 설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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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랑자(Sans Toit Ni Loi)〉(1985) 포스터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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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영화 〈방랑자〉와 함께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피파 바카의 영상 작업인 〈여행 중인 신부(Brides on Tour)〉(2008)이다. 두 영상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당히 유사한 과정을 겪는다. 소박한 짐과 함께 길을 걷고, 히치하이크를 하며, 낯선 땅에서 끝내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랑자〉의 모나가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는 반면, 〈여행 중인 신부〉의 피파 바카는 뚜렷한 목적과 목적지를 가지고 길을 떠난다. 즉, 모나는 방랑자로, 피파 바카는 여행객으로 길을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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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바카가 길을 떠난 이유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지중해 연안 지역들을 거쳐 예루살렘에 이르는 퍼포먼스를 위해서였다. 바카는 흰 웨딩드레스를 입으며 도보와 히치하이크로만 이동했는데, 방문한 나라들의 상징을 드레스에 수 놓고 지역 주민들의 발을 씻었다고 한다. 그는 여러 지역을 이동하고, 그 지역의 주민들을 만나면서 선의와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몸소 보여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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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바카가 여행 도중 살해되면서 여정은 미완으로 남겨졌지만, 그가 시작했던 퍼포먼스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피파 바카의 홈페이지가 남긴 기록이 사진에 담기지 못한 이야기들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 오르기 전,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을 건지, 여행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 자세히 설명된 글을 읽다 보면, 참혹한 전쟁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바카의 의지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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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와 〈여행 중인 신부〉는 약 20년의 세월을 두고 길을 걷는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1985년과 2008년에 진행된 이야기의 끝맺음이 모두 죽음으로 끝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 두 작품의 결말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을 통해 페미니즘의 파도가 휩쓴 2010년대 후반부터 여성들의 방랑 여행이 비교적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종 차별과 성범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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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의무는 누구나 완전한 안전을 보장받고,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 사회는 만드는 것이 아닌가? 〈방랑자〉와 〈여행 중인 신부〉가 자유와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 기록이라면, 그 기록을 읽은 우리에게는 인종, 국가, 성별 등을 배척하지 않을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고향 없는 사람들, 자유를 위해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대답할 차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상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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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랑자〉는 2019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접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아녜스 바르다 감독을 알게 되면서, 영화와 미술의 접점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접점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꼭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이 하루 빨리 가족이 있는 곳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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