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수원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땡땡기행』의 첫 번째 맛보기 메일에서 소개할 지역은 경기도 수원시입니다. 서울 근방에 위치한 수원시에서, 짧지만 여운이 깊은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아현이 경험한 수원의 따스한 볕과 활기찬 풍경을 만나러 가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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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의 어느 주말. 추운 계절을 겪다가 약간 따뜻해진 날씨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향했다. 오전 10시로 관람 예약을 하여 일찍 도착했더니, 주차장이 개방되지 않아 미술관 근처에 있는 행궁동 카페거리에 잠시 차를 대었다. 이른 시간이라 한적한 거리였지만, 유명하다고 소문난 거리답게 힙하고 특색있는 가게들이 많았다. 그중 내 눈길을 끌었던 가게는 제로웨이스트샵 ‘지구인의 놀이터(@earthy_play)'였다.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예술작품을 소개하며 워크숍도 진행하는 곳이었다. 동절기에는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는데, 일찍 미술관에 도착한 탓에 가게를 방문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넓은 유리창 너머로 슬며시 가게 내부를 보니 분명 재미있고, 환경에 관심 있는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거라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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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정각에 맞춰 미술관에 입장했다. 한때 수원시민이었던 나는, 수원시민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설움을 뒤로하고 입장료 4천 원을 냈다. 오늘 보러 온 전시는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로,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전이라고 한다. 어윈 올라프는 2020년 한국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며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특히 그의 최근작 〈만우절〉(2020)은 코로나19 사태로 팬데믹을 겪는 현대인의 감정을 담담하고 냉소적으로 담아내었다. 그의 연극적인 공간 연출과 서사를 감상하고 있으면, 현실이 아닌 듯해 기시감이 들면서도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크게 홍보된 작품은 〈키홀〉(2012)인데, 미국의 한 가정집 한구석을 가져온 듯한 구조물의 양 끝에 열쇠 구멍이 있었다. 작품은 관람객이 열쇠 구멍을 통해 한 가정의 순간을 훔쳐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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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윈 올라프, 〈키홀(The Keyhole)〉, 2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반복 재생, 51초 (아버지/남성), 52초 (어머니/여성),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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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규모가 엄청 커서 작품 감상 후 작가 인터뷰와 메이킹 영상까지 시청하고 나니, 약 2시간이 금세 흘렀다. 전시관에서 빠져나와 미술관 내의 카페를 지나 오른쪽으로 향하면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전시 기간 내에만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어윈 올라프 작품 〈키홀(The Keyhole)〉(2012)을 활용한 키트를 제작해볼 수 있다고 한다.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키트를 전달받고, 설명서 혹은 공간에 설치된 영상을 따라 하면 완성할 수 있다. 이상하게 그곳에서는 관람객이 없어 혼자 만들어야 했다. 어색하게 있기도 그렇고, 다음 일정도 있고 해서, 나는 키트만 받고 바로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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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을 나오니, 주차장 입구와 출구 쪽에 화려한 열차가 정차되어 있었다. ‘화성어차’라 하는 이 열차는 수원화성의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순환한다고 한다. 순종이 타던 자동차와 조선 시대 국왕들이 타던 가마를 모티브로 삼았다는데, 외관도 외관이지만 화려한 색감이 화성행궁 주변을 다니니 더 눈이 띄었다. 내가 발견했던 정류장은 화성행궁 매표소에서 표를 사 화성행궁에서 출발하는 관광형 코스였고, 순환형 코스를 타려면 연무대로 가는 화성어차는 연무대 매표소에서 표를 사야 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것 같지만, 따뜻한 계절이 오면 한 번쯤 이용해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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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을 지나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 사람들이 꽤 많이 나와 놀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수원화성 성곽 길을 따라 있는 잔디밭에서 삼삼오오 모여 연날리기, 공 차기, 술래잡기 등을 하고 있었다. 수원 화성의 성곽을 배경으로 자연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수원화성 성곽길 스탬프 투어도 있다는데, 봄이 오고 시간이 되면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해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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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이 있는 팔달구 외에도 수원시에는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예술공간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경기아트센터인데, 본래 경기문화예술회관으로 명명되었다가 2020년 ‘경기아트센터’로 기관명을 바꿨다고 한다. 입구 앞쪽에는 루브르미술관에 있는 삼각형 구조물의 미니어처 모형 같은 것이 있으며, 주로 오케스트라, 콘서트, 뮤지컬 등을 공연한다. 지금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특별 기념전인 《조선관찰사, 베토벤을 초대하다》(2021.12.17-2022.03.01)가 진행되고 있다. 입장료가 좀 비싸지만, 수원시에서 전시를 감상하고 싶으면 이곳에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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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아트센터 맞은편에는 수원 제1 야외음악당이 있는 예술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콘서트나 오케스트라 공연 등을 했었는데, 팬데믹의 영향 때문인지 공연을 자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예술공원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다워서 날이 따뜻해지고, 벚꽃이 흩날릴 때쯤 찾아와 휴식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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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고 산책을 하면 배가 고파진다. 수원시에 거주하게 되면 서울 못지않은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 맛있고 힙한 식당들이 많다. 그런 식당들은 대개 지하철역(수인 분당선)을 거점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수원시의 팔달구와 영통구에서는 수원역과 수원시청 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특히 수원시청 역을 나오면(경기아트센터에서 버스나 도보로 이동하면), 나혜석 거리가 등장한다.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수원에서 태생한 나혜석 화가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거리이다. 이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취향껏 식당을 골라 갈 수 있다. 비록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식당에 들리지 못했지만, 이곳을 찾아온 구독자께서는 든든한 추억을 남길 수 있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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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박물관은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 박물관은 창립 이래로 경기 지역의 유수한 종중에서 보관하고 있던 초상화를 기증·기탁받아 보존하는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많은 이들의 선의로 한자리에 모인 수 백 점의 초상화는 이제 경기도박물관의 든든한 근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뛰어난 초상화는 사람의 한 부분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담아냅니다. 기획전 《열에 일곱》에서는 경기도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인물을 그린 여러 초상화를 함께 모아 소개합니다. 서로 다른 초상화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각기 다른 일부七分를 공교하게 잡아내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전시에 방문하시어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생각과 마음을 마주하는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경기도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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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태어났지만 어릴 적에는 전학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래서 청소년기 때 기억이 묻어있는 장소들을 방문하고자 했습니다. 하루 간의 짧은 기행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제가 느끼고, 체험했던 감정과 공간의 공기를 최대한 공유하고 싶어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발행될 『땡땡기행』에서는 서울을 벗어나 어쩌면 익숙하시지 않을 수도 있는 지역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 글을 읽은 구독자분께 재미와 휴식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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