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작가를 소개합니다! 💫 신진작가 연구 💫 2022년을 맞이하여 땡땡 콜렉티브가 주목하는 신진작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수연의 「물을 체험하는 화가」를 통하여 작가 박소현의 세계에 접근해보려 합니다. 분수의 운동을 하염없이 지켜보며, 화가로서 그 모습에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열망과 자기 탐구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물을 체험하는 화가 글. 수연 박소현 작가는 화면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물줄기를 그린다. 그 모습이 영롱하여 마치 바다를 누비는 혹등고래가 분기공으로 물을 내뿜는 것만 같다. 분수에서 비롯된 물줄기는 상승과 추락을 동시에 경험한다. 중력에 반한 대가인지, 상승하는 물줄기에는 새끼 물줄기가 생겨나고 수많은 물방울이 배경을 어렴풋하게 가린다. “이제 곧 사라질 준비를 하는 움직임은 주변의 것들로 인해 온전히 보일 수 있으며, 곧 없어지고 말 테지만 붙잡고 싶은 찰나이다.” -작가 노트 中 찰나를 포착하여 그려내는 방식은 인상주의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상을 눈앞에 두고 볼 때의 인상을 빠르게 포착하여 화면에 옮긴 인상파 화가와 달리, 박소현은 분수가 작동하는 동안 이른바 ‘물멍(물을 보고 멍때리는 행위의 줄임말)’의 시간을 가지며, 물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는다. 작가는 ‘물멍’의 시간을 “그 순간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는 현장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시간 동안 박소현이 바라보는 물은 조각이나 덩어리로 인식되며, 이후 화가는 카메라에 담긴 순간순간을 그림으로 옮긴다. 박소현, 〈floating fountain #26 - white splash〉, 2019, 순지에 채색, 각 200×70cm, 200×60cm. (이미지 출처: https://parksohyunwork.com/work/) 〈부유하는 물덩이〉 연작을 가만히 지켜보며 분수의 물줄기를 하나씩 가늠하려고 애써본다. 그럴수록 분수보다는 상승과 추락이라는 현상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물줄기가 변곡점에 도달하여 방향을 꺾는 순간이 분수의 운동 중 가장 고요한 순간일 것이다. 분수가 나오기 시작할 때 구멍과 물의 마찰음, 추락하여 바닥과 물이 닿았을 때의 충격음에는 비할 수 없는, 정적. 찰나를 담는 과정에는 오히려 부단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물은 형태를 정할 수 없고, 빛의 반사에 따라 반짝이거나 다채로운 색감을 입기에 그 다름을 계속해서 겹쳐 그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물줄기를 한번 그리기 시작하면 그 끝을 결정하는 순간도 정하기 쉽지 않다. 박소현이 포착하고 그린 물조각 혹은 물덩이에는 이런 방황의 순간마저 걸쳐져 있다. 《가벼운 물조각》부터 《투명색》, 《부유하는 물덩이》, 《물풍경》까지, 4년간 꾸준했던 개인전의 제목만 보아도 ‘물’은 박소현 작가에게 중요한 화두이다. 그러나 전시는 평면 회화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제목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물조각이라던가, 물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설치 작품이 독특한 방식으로 군데군데 자리한다. 박소현, 〈비〉(일부), 2018, 모조지에 잉크, 가변 설치. (촬영: 고정균) (이미지 출처: https://parksohyunwork.com/work/) 2018년 《가벼운 물조각》에서 천장부터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두루마리를 펼치는 설치 작업 〈비〉가 있었다. 두루마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물방울이 그려져 있어서, 그 앞에 선 감상자는 자연스레 비를 마주 보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바닥 면에서 정확히 끝맺어지지 못한 채 넘실거리는 두루마리는 잔잔한 호수에 내리는 비로 인하여 물결이 생기는 상황을 묘사한다. 박소현, 〈바림한 풍경―저녁 노을〉, 2021, 순지에 채색, 가변 크기. 2021년 《물풍경》에 등장한 〈바림한 풍경―저녁 노을/아침 노을〉 역시 독특하게 자리했다. 전시가 진행된 온수공간 2층에는 바깥 테라스와 연결되는 커다란 통창이 있다.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의 양옆 가장자리, 즉 실내 벽과 창이 직각으로 마주 보는 면에서 〈바림한 풍경〉을 찾을 수 있다. ‘바림’은 그림을 그릴 때 물을 먼저 바르고, 마르기 전에 물감을 묻힌 붓을 써서 번지면서도 흐릿하고 깊이 있는 색이 살아나도록 하는 일이다. 물에 번지는 대로, 물이 가진 성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연적인 방법으로 박소현은 아침과 저녁에 본 온수공간의 통창 밖 풍경을 그려내었다. 분수를 보며 그랬듯이, 화가는 자신의 그림에서 상승과 하강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긴장과 정적을 본다. 박소현이 화폭에 자신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상승을 만들어내는 과정, 기류가 꺾이는 변곡점에서의 긴장감, 물줄기 그리기를 그만두는 순간의 고요함은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대상과 닮아있다. 결국 분수를 지켜보고 이를 작업 소재로 삼은 데에는, 박소현 스스로가 화가로서 그 모습에 가까워지기를 열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 아름답다고 느껴 그것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모방에서 나아가 체현하기까지의 과정은 절대 짧지 않다. 수년간 ‘물’을 표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해왔기에, 박소현이 실현할 다음의 자연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된다. 🙌 참고 자료 1. 홍지석, 「부유하는 물덩이, 따뜻하게 얼리기: 박소현의 근작들」, https://parksohyunwork.com/floating-fountain-lack-of-hiding/ 2. 《부유하는 물덩이》(2020, 프로젝트 경성방직 커피리브레&오월의 종) 전시 서문. 🌻 수연 지난 10월 초, 햇살 가득한 가을의 어느 날 온수공간을 방문했습니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군데군데 자리한 《물풍경》의 작품을 보며 오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저를 둘러싼, 상승과 추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물이 그려진 화면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 통창의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이던 분수를 눈에 가득 머금으며 오랜 시간 머문 기억이 납니다. 💥 알림 💥 안녕하세요, 땡땡 콜렉티브입니다. 땡땡레터 10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저희는 한 달간 휴식과 재정비 기간을 가지며, 3월부터 따듯한 봄과 함께 새로운 시즌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할 기획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또, 구독자 여러분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조금은 특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오늘, 땡땡레터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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