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아일 작가를 만나보세요! 황아일 작가님은 땡땡레터 구독자와 두 번째 만남이죠. 저번 만남에서는 ‘2021 성북 N 작가 공모’를 통해 인연이 되어 작가님과 출품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작가님의 작업 세계와 준비하고 계신 전시, 《작고, 작은 × 우리는 모두 중력을 견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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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안녕하세요, 저번 만남에서는 끊임없이 실험하며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작가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땡땡레터 독자들에게 이번에는 어떤 사람으로 소개되었으면 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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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후후. 저번엔 좀 거창하게 소개했네요. 살면서 작업하는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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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자기소개는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길이의 문장에 어떻게 나를 담아서 표현해야 할지 고민도 되고요. (웃음) 한국의 서울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서 공부하시고 독일의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공부하셨습니다. 독일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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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여러 가지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졸업하기 1년 전 2003년에 갤러리 현대에서 《독일 현대미술 3인전》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여기서 본 독일 작가 고트하르트 그라우브너(Gotthard Graubner),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이미 크뇌벨(Imi Knoebel)의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2017년쯤 우연한 기회로 크뇌벨 딸의 소개로 작업실에서 직접 만났었네요. 이 전시 외에도 언어, 유학비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독일로 가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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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정말 다양한 이유로 독일로 향하게 되셨군요. 저도 어떤 한 가지 이유로 독일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 이런저런 이유와 우연한 기회들이 모여 이곳에 왔다고 생각해요. 작업은 평소에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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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평소 생활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스케치, 메모 등 담아두는 것에서 시작해요. 작업하는 도중이나, 작품을 관람할 때, 책을 읽을 때 그리고 아이들과 무엇을 만들거나, 길을 걷거나, 잠에서 깨어날 때 등 작업과 전혀 상관없는 맥락에서도 작업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거든요. 이것들을 작업실에서 실험해보거나, 이미지와 글로 구체화하거나 하며 작업이 실현되는 과정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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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일상생활이 정말 작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네요.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 관객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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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관객들이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를 읽으려고 하기보다는 작품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각, 떠오르는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작업을 할 때 의도에 집중하기보다는 벌어지는 일들을 감각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쓰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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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작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하면서 흘러가는 게, 삶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삶이 항상 계획한 대로 이어지지는 않잖아요. (웃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건축적 특징을 이용한, 공간과 직접 접촉하면서 만들어진 작가님의 작업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공간을 이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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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글쎄요. 독일에서 유학하며 작품을 담는 형식과 틀인 전시 공간이나 액자, 좌대 자체에 물음을 제기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요. 일상에서 우리를 담고 있는 틀로서의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실용성과 경제성 외에도 건축에 담긴 사상이나 감정 등은 건축물 안에서 생활하고, 그 주위를 지나가고, 그것을 보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벽을 뚫지 않고 돌아서 가거나 문을 이용하는 것처럼요. ‘우리가 있는 바로 이 공간에서부터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게 그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단칸방에 누워 천장을 보며 짐은 바닥에 두고 넓은 천장 공간에서 노는 상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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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작품에서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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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 작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관습적 사고, 또는 통념에서 벗어나 그것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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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이 말에 공감해요. 작품을 통해 일상적인 것을 비틀어보거나, 새롭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이번 질문은 제가 요즘 하는 고민에서 나온 질문인데요. 작가님께서는 일상과 작업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고 계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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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밸런스를 맞추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은 작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작업에 대한 규칙적인 패턴이 마련되면 가장 이상적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일을 시작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일을 벌여놓고, 벌여놓은 일이 굴러가는 것을 보며 작업을 함께 해나가기도 해요. 현실에서 저는 작업과 관련된 일들이 다른 것들과 충돌할 때마다 중요한 우선순위를 가리고, 대화하고, 양보하거나 양해를 구하며 균형 맞추는 줄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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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저는 여행을 떠나기로 할 때 계획을 먼저 세우기보다, 일단 그곳으로 가는 교통편을 끊는 것으로 시작하곤 합니다. 드물게 뜻한 대로 떠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뭐 어때요. 일단 해보는 거죠! 그리고 일상과 작업(일, 공부 등등) 사이에 벌어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밸런스를 향해 간다는 생각도 들어요. 쉽지 않겠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번 전시 준비도 균형을 맞춰가며 준비해나가고 계실 것 같아요. 김남훈 작가님과 함께 준비하고 계신 전시, 《작고, 작은 × 우리는 모두 중력을 견뎌》는 어떤 전시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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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이 전시는 한남동 재개발 지역의 집에서 열리는 2인전입니다. 전시 공간을 고려한 설치 작품들입니다. 작가들이 작품들을 통해 보이는 관점들과 현재의 공간, 미래의 재개발을 둘러싼 논제들이 만나는 접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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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집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형식으로 작품들을 선보이실지 궁금해지네요. 이번 전시를 함께하는 김남훈 작가님도 독일에서 공부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시를 함께 준비하게 된 과정을 듣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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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귀국 이후 김남훈 작가님과 낡은 집에서 2인전을 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작가의 태도라든지, 작품의 성향 등에서 김남훈 작가님과 제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는데 마침 적당한 공간이 있어 제안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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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한남동의 아쉬랩에서 실험하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 공간에 관심을 두게 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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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한남동에 살게 된 후 작업실을 찾으러 다니면서 이 동네에 처음 오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이곳을 둘러싼 여러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 이 공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곳을 자주 오가며, 한남동에 살았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애정이 어린 기록을 접하며 관심이 깊어진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이곳에서 작업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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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아쉬LAB high에서 계획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듣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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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 계획하고 있는 작품은 라텍스 페인트, 시트지와 같은 유동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일종의 해체과정을 거쳐 하나로 환원할 수 없는 다양함과 변화를 끌어내는 시도를 새로운 공간에서 이어가 보려고 해요. 그리고 투명 아크릴판의 자투리를 이용해 불안정한(의심하는) 조각들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구름 그림자》에서 선보인 〈검은 숲〉과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앞으로 작업을 하면서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는 이렇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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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아일, 〈검은 숲〉, 2021, 5개의 유리판, 라텍스 페인트, 각 195 × 71cm. (촬영: 최요한)
(이미지 출처: 성북예술창작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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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숲〉이 어떻게 변모할지, 라텍스 페인트가 어떻게 한남동 아쉬랩에서 펼쳐질지 궁금함과 기대를 안고 인터뷰를 마칩니다. 이렇게 작가님과 함께 구독자님을 다시 만나 뵐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황아일 작가님께서는 요즘 한남동 일대를 걸으며 김남훈 작가와 한창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신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다음 레터는 김남훈 작가와의 인터뷰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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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아일은 일상적인 공간과 사물, 상황 및 관계를 일부 변경하거나 재조정하여 그 대상을 둘러싼 다층적 의미를 드러내는 시도를 해 오고 있다. 유동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떼어내거나, 접거나, 비우거나 하는 방식의 해체를 거친 설치 작품을 통해 작품과 일상, 작가와 관객 등 여러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획일화된 기준과 동일성을 추구하는 관습에 맞서 고정되지 않은 시각으로 새로운 맥락을 구현하고자 한다. 황아일은 현재 서울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사학위를,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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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wesen》(2022, Weltkunstzimmer, 뒤셀도르프, 독일), 《구름 그림자》(2021, 성북예술창작터, 서울, 한국), 《GAM》(2019, offraum 8, 뒤셀도르프, 독일), 《black and blank》(2018, Engelage and Lieder 갤러리, 뒤셀도르프, 독일), 《11. Arte Laguna Prize》(2017, Arsenal, 베네치아, 이탈리아), 《Ida-Gerhardi-Förderpreis》(2016, 뤼덴샤이드 시립 갤러리, 뤼덴샤이드, 독일),《Förderpreisausstellung》(2014, 쿤스트할레, 뮌스터, 독일) 외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다수의 전시와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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