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의 작가'를 발표합니다! 바야흐로 시상식의 계절입니다. 개인전 3회 이하의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땡땡 콜렉티브가 선정한 ‘내일의 작가’와 함께 2022년을 돌아보고 2023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땡땡 콜렉티브가 선정한 ‘내일의 작가’를 발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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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2일,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실시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2m 이상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여 COVID-19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명명은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거리감을 동일시한다는 점에서 다소 의미심장하다.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거리감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강제된 물리적 거리는 사회적 거리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강제된 물리적 거리가 사회적 거리감에 영향을 준다면, 팬데믹 이후 삶의 양식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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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학(Proxemics)을 주창한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인간관계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45cm 이내의 ‘밀접한 거리’는 연인이나 가족처럼 친밀도가 높은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허용된다. 둘째, 45~120cm의 ‘개인적 거리’는 일상적으로 친밀한 사람과 소통할 때 유지하는 거리를 가리킨다. 셋째, 120~360cm의 ‘사회적 거리’에서는 주로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다. 넷째, 연설이나 강연 등에서 발화자와 청중 사이에 발생하는 360cm 이상의 거리를 ‘공적인 거리’라 한다.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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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북부 해안지역 중산층 가정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홀의 연구는, 태평양 너머에서 쓰이는 한국어의 거리와 관련한 형용사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곱씹게 한다. 어느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의 거리가 짧다는 사실을 지시하는 형용사 ‘가깝다’는 다정하고 친밀한 사이를 일컬을 때도 사용된다. 반대로 형용사 ‘멀다’는 물리적으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서먹서먹한 사이를 가리키기도 한다. 한국어에서도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거리감은 불가분한 관계이다. 그렇다면 2020년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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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인,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떨어진 상태가 되기 위한 도구〉, 2022, 플라스틱 봉, 호스, 수축튜브, 1.45~2.3m. (이미지 제공: 홍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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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인이 《은색은 쑥의 뒷면》(을지로 OF, 2022. 7. 9. ~ 8. 7.)에서 선보인 작업은 이 질문을 향한 실험이다. 먼저,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떨어진 상태가 되기 위한 도구〉(2022)는 양끝에 둥근 고리가 달린 플라스틱 봉이다. 가운데 아코디언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호스를 연결하여 늘어나거나 구부러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언뜻 보아 그 용도를 알기 어려운 이것은 퍼포머와 퍼포머 사이에 1.45~2.3m의 물리적 거리를 강제하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동시에 퍼포머와 퍼포머가 연결되어 있음을 가시적으로 확인하게 만들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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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외 2인(2021)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외로움과 우울감, 신경증 성향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맺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² 강제된 물리적 거리가 곁을 공유하는 경험을 차단했을 때 외로움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외로움이 상대의 존재를 인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떨어진 상태가 되기 위한 도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이후의 관계에 대한 은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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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인,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떨어진 상태가 되기 위한 도구〉, 2022, 플라스틱 봉, 호스, 수축튜브, 1.45~2.3m. (이미지 제공: 홍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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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인은 현실적 조건을 토대로 새로운 삶의 태도를 고민한다.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된 상태로(셋이서 마시기, 지하철 타기, 둘이서 마시기, 둘이서 걷기)〉(2022)는 제목이 그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 작업은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떨어진 상태가 되기 위한 도구〉의 양끝의 둥근 고리를 쥐고 공공장소를 걷거나, 고리에 컵을 끼워넣고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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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떨어진 상태가 되기 위한 도구〉를 활용하여 음료를 마시는 장면에 집중해보자. 한 사람이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은 적절한 거리와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 너무 가깝거나 멀어서도 안 되고, 몸을 너무 낮추거나 높여서도 안 된다. 한 사람이 필요한 거리와 높이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음료를 마실 때마다 새롭게 탐색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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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상대를 세심하게 살피는 퍼포머의 행동은 로저 실버스톤(Roger Silverstione)이 강조한 ‘적절한 거리(Proper Distance)’를 떠올리게 한다. 적절한 거리는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존성과 독자성을 동시에 인식하는 윤리적 거리이자, 우리가 마주하는 타인들과의 유동적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내 안의 혹은 상대방의 타자성의 속성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어야 하)는 일시적인 것”이다. 이는 타자를 동질화하지 않고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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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된 상태로(셋이서 마시기, 지하철 타기, 둘이서 마시기, 둘이서 걷기)〉는 COVID-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제된 물리적 거리에서 더 나아가 윤리적 거리를 상상하게 한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적 조건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삶의 양식을 모색하는 홍혜인은 마치 고양이를 닮았다. 쥐를 잡는 일상적인 과업을 성실히 수행하여 선박이 안전히 순항할 수 있도록 하는 고양이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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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신성환, 「한국소설에 나타난 환대의 존재론과 장소의 윤리 — 「첫사랑」, 「상류엔 맹금류」, 「당신이 그동안 세계를 지키고 있었다는 증거」를 중심으로」, 『구보학보』 21 (2019): pp.606~607.
² 이정윤, 김지연, 김민희,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 외로움의 매개효과와 신경증 성향의 조절효과」, 『인문사회 21』 12:3 (2021): pp. 1247~1248.
³ 채석진, 「미디어, 일상, 화대: 매개된 타자와 적절한 거리 만들기」, 『문화와 정치』 4:5 (2017): p.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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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문래동에 작업실을 얻었습니다. 작업실 문 앞에는 언제나 그릇 두 개가 놓여있습니다. 우리가 ‘보살님’이라고 부르는 길고양이를 위한 것입니다. 처음 보살님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렇게 아는 척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면 보살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휙 떠나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보살님이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서너 걸음 떨어져 지켜보고는 합니다. 어쩌면 보살님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저에게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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