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띵동, 편지가 도착했어요! [Web 발신] 안녕하세요, 땡땡레터 집배원입니다. 고객님 앞으로 발송된 우편을 22. 11. 24.에 배달 완료하였습니다. 항상 땡땡레터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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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의 친구 아현이야.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니 어색하네. 우리가 알게 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동안 너와 기쁜 소식, 슬픈 소식을 함께 공유하면서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해. 그래서 조금이나마 슬럼프를 겪고 있는 너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편지를 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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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네가 작업했던 모든 작품들을 폐기할 거라는 소식에 엄청 놀랐어. 그냥 ‘그릴 주제를 못 찾고 있나 보다’, ‘작업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네가 그 정도로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에, 정확히 말하자면, 만족할 만한 작품을 그리지 못한다는 자신에게 화가 나고 주눅 들어 하고 있을 줄 몰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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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너의 작품들이 좋아.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사물과 풍경을 보게 해주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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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은, 〈GT.SEA:00-1〉, 2022, 장지 위에 채색(Acrylic on Linen), 90.9×72.2cm.
(이미지 제공: 한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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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서 응시의 대상인 익명의 사람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재빨리 가리고 있어. 너는 그런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서 빠르게 작업했지. 제목에서 암시하듯, 바닷가에 갔다가 찍은 순간 같은데,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궁금증을 유발하게 해. 하지만, 나는 네가 포착한 순간들이 모두가 공감할 만한 감정과 시간이라고 생각해. 누구에게나 부끄럽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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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얼굴을 가린 익명의 사람이 보면 볼수록 너인 것 같아서, 더 애정이 가고 위로해 주고 싶어. ‘너는 잘하고 있어.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너의 길을 묵묵히 정진해 가.’라고 말이야. 이런 내 생각을 너도 네 자신에게 해줬으면 좋겠어.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앞을 보면서 작업을 하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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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봤는데,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비판만 들어서 칭찬을 듣거나 받는 일에 어색하대. 나도 그런 것 같아. 누군가로부터 ‘글을 잘 읽었다’라고 들으면, 손사래를 치거든. 하지만, 우리는 아직 어리고 더 성장할 단계이기에, 비판도 좋지만 칭찬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봐. 그러니 나는 너를 만날 때마다 칭찬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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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만 인사를 전할게. 이 편지로 인해 너의 근심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어. 네 앞에 창창한 날들이 펼쳐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훌훌 털어내고 어지러운 마음과 머리를 정리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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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어느 날에, 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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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전시를 거의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생활의 고충과 모순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또래인 작가 중에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져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편지는 개인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말이지만, 편지를 읽는 여러분에게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 마음이 부디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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