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레터에서 세 편의 전시를 간략하게 소개한 데에 이어, 오늘은 한 편의 전시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현지는 영국 런던에 있는 헤이워드갤러리에서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발견했는데요. 그곳은 어떤 풍경으로 채워져 있었을까요?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글. 현지
오늘의 전시는 《Strange Clay: Ceramics in Contemporary Art》입니다. 이 전시는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복합문화 공간인 사우스 뱅크 센터(South Bank Center)의 헤이워드갤러리(Hayward Gallery)에서 2022년 10월 26일부터 2023년 1월 8일까지 열렸습니다.
현대미술에서 점토와 도자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23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작은 규모의 추상부터 대규모 설치 작업, 그리고 비틀어 바라본 사물과 비틀어 바라본 기괴한 일상까지 다양한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도자기로 만들어진 독특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다채로운 모양과 색으로 이루어진 도자기가 펼쳐져 있었는데요. 저는 특히 류젠화(Liu Jianhua)의 〈Regular Fragile〉(2002-2003)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작업은 2001년에 중국에서 발생한 항공재해에 대응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비행기 추락으로 많은 물건이 바다에 떠 있었고, 장난감과 함께 바다에 떠올라 있던 어린 소년의 모습과 작가의 어린 아들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모습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 주변의 친숙한 물건의 모습을 한 흰 도자기들이 벽과 바닥을 뒤덮고 있는 모습은 압도적이었고, 작업을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작가는 깨지기 쉬운 도자기의 취약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불안정한 삶과 사람들을 현혹하여 끊임없이 물질을 갈망하고 소비하게 만드는 사회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벽과 천장에 빗물처럼 쏟아지는 도자기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보고 있으니, SNS와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아 채워진 저의 물질적인 욕망이 가득한 위시리스트가 떠올랐습니다. 앞으로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헤이워드갤러리의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도자기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궁금하시다면, 아래 영상을 클릭해주세요.
👾 강리
도자기의 취약성과 삶의 불안정성이 연결되는 순간, 저는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1965)을 떠올렸습니다. 우리에게 알파벳 ‘e’를 사용하지 않고 저술한 소설 『실종』으로 유명한 페렉은, 이 소설에서 소비사회가 발달하던 196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시제를 활용한 실험적 시도를 통해 물질과 행복의 관계를 고찰했습니다. 페렉에게 데뷔와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 상’을 안겨준 이 작품을 《Strange Clay》와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요?
저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현대 도자 전시, 《감각적 연대》(2022-2023)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전시 장소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와 건축을 의미하는 '아크'를 조합한 단어로, 도자와 건축을 주요하게 다루는 미술관인데요. 《감각적 연대》는 미술관의 부속기관인 세라믹창작센터의 2022년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입니다. 입주작가들의 창의적인 실험이 반영된 한국의 도자 전시를 추천합니다!
또 다른 이상하고 아름다운, 작은 세계를 소개할까 합니다. 레몬에 관한 정체성을 시작으로 레몬의 원시적인 형태와 레몬과 과일들과의 관계를 풀어쓴 주슬아 작가의 작업 〈어느 날 레몬 옐로우가 사라졌다〉입니다. 레몬과 노멜의 이야기를 읽으시면서, 한 사물의 존재론적인 탐구를 해 보는 시간을 가지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