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호의 다섯 번째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 광주 외전, 《당신의 ㅅㅈㅅㅈ》 🚆 《당신의 ㅅㅈㅅㅈ》은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인류의 새로운 문화예술 주제로 꼽은 4개의 키워드에서 시작되었다. 시간, 죽음, 슬픔, 장례식. 타인과 단절된 고독의 시간, 방어막 없이 가까워진 죽음의 그림자, 전보다 커진 좌절과 슬픔, 울어주는 이 없는 장례식은 지난 1년여간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았다. 이 전시는 8명의 참여작가가 이 네 개의 키워드 안으로 들어가 8개의 방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친다. 이야기는 2층의 첫 번째 방에서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전시장은 작가의 작업이 펼쳐지는 고유한 공간이자, 시간은 존재로, 죽음은 삶으로, 슬픔은 정신면역으로, 장례식은 또 다른 생명과 공명하는 공간이 된다. 큐레이터 박계연의 기획으로 2021년 4월 1일부터 5월 9일까지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레지던시동 1,2층에서 진행되었다. 돌고 돌아 변화하는 우리의 ㅅㅈㅅㅈ 글. 현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으로 향하던 중, 산뜻한 녹색 기운을 내뿜는 나무들 사이로 2층 벽돌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비엔날레는 아니지만, 여기서도 전시를 하네! 한번 들어가 보자!”는 제안을 하며 《당신의 ㅅㅈㅅㅈ》을 관람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른 줄을 섰어야 했다. 이 선택으로 레시던시에서 나와서 약 3시간 동안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 전시보다 이 전시가 기억에 맴돌았다. 8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작가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ㅅㅈㅅ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레지던시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첫 번째 방부터 일곱 번째까지 차례로 이어진다. 일곱 번째 방에서 다시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오면 햇살이 가득한 마지막 방으로 이어진다. 다소 작은 크기의 첫 번째 방을 보고 실망할 수 있으나, 계속해서 달라지는 방의 구성과 작업을 함께 보고 있으면 호기심이 절로 생긴다. 이 중 2층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김혜연의 방과 2층의 마지막 방, 구혜영의 방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김혜연의 방은 침대와 책상 그리고 빔프로젝터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스레 침대에 앉아 영상 작업을 감상하고 있으니, 평소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를 위해 도구로 사용했던 일회용품이 말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영상은 마스트 또한 일회용품이지만 코로나-19 방역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환경보호의 책임으로부터 제외된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일회용품의 사망신고서와 생애, 업적, 사망, 평가가 담긴 평가지가 여러 액자에 담긴 <추모의 벽>을 영상작업과 함께 보여준다. 일회용품이 쓸모를 기준으로 한 표면적인 죽음에 이르렀으나, 이 실체가 분해되어 소멸하는 실재적 죽음까지는 수백 년이 걸림을 꼬집는다. 일회용 컵, 빨대, 에코백 등이 주체가 되어, 자신이 세상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으며 탄생과 죽음에 어떤 과정에 이르렀는지를 말한다. 작품을 관람하며 편의를 위해 외면했던 환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2층의 마지막, 구혜영의 방에 들어서면 살짝 열려있는 나무관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LED 촛불들이 보인다. 그 옆에는 수많은 가닥의 비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바로 아래에 새하얀 천으로 덮인 침대가 있다. 그리고 ‘누워서 감상하세요’라는 안내가 있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비닐이 더 잘 보이나?’라는 생각을 하며 누웠지만,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산발의 머리를 하고 너무 뚜렷해서 섬뜩한, 이목구비를 가진 마네킹의 머리와 마주했기 때문이다. 침대는 아늑했으나 마네킹의 올곧은 시선을 받아내며 버티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여기서 마네킹은 비닐여왕이다. 전염병의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태평성대를 보냈던 비닐여왕이 승천 직전, 관객들과 마주한 채 긴장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비닐여왕의 모습에 압도되어, 마지막 안녕을 고하기보다 침대를 빠져나오기에 급급했다. 김혜연과 구혜영은 일회용품의 시간이 죽음으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죽음은 슬프지만, 일회용품의 죽음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된다.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일회용품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일회용품의 시간은 썩지 않고 지구에 부유하는 존재로, 죽음 또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로의 삶으로, 쓸모가 다한 일회용품에 대한 슬픔은 분노로 이어진다. 우리 그리고 일회용품은 어떤 ㅅㅈㅅㅈ로 변화해야할까? 👻 현지 지난 4주간 땡땡레터와 함께 제13회 광주 비엔날레의 감상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레지던시의 전시《당신의 ㅅㅈㅅ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저는 광주비엔날레보다도 이 전시가 더욱 기억에 남았습니다. 방안의 침대, 장롱, 여기저기 배치된 작업은 다시 떠올려도 즐겁네요. 이 전시를 보신 구독자님이 있다면, 어떠셨는지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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