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호의 첫 번째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 [Web 발신] 안녕하세요, 땡땡레터 집배원입니다. 고객님 앞으로 발송된 우편을 21. 06. 24.에 배달 완료 하였습니다. 항상 땡땡레터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켈리스의 자매들 J에게 학교 앞에서 자취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어. 그렇게 자취, 자취하면서 노래를 부르더니 어때? 네가 부러워하던 그 자유를 만끽하고 있어? 아니야? 그래, 생각보다 쉽지 않지? 나도 알지, 자취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나는 열아홉에 자취를 시작했잖아? 수능 끝나자마자.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어질어질해. 갑자기 공과금이니, 빨래니, 청소니 하는 것들이 내 인생에 쳐들어오는데 정말 정신이 없더라. 그 전까지는 아침 7시에 등교해서 밤 11시에 하교하면서 고작해야 교복 셔츠를 다리는 일이 전부였는데 말이야. 그 전까지는 집안일을 안 해봤냐고? 우리 엄마 알잖아. 어릴 때 집안일 많이 하면 나중에 커서 험한 일 한다고 절대 딸한테는 아무것도 안 시키는 사람이랑 같이 살다가 독립을 하니까 그제서야 평범한 일상을 지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한지 깨닫게 되더라. 밥을 먹기 위해서는 요리만 하면 되는 줄로만 알았지, 장을 보는 일에서 시작해서 레인지 후드를 닦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때때로 냉장고 청소를 해야 하는 줄은 몰랐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숙했지. 그릇을 개수대에 아무리 쌓아놔도 스스로 샤워를 하지는 않는데 말이야. 그렇게 집안일을 하다 보니까 어떤 날에는 억울하더라고. 분명 내가 오늘 빨래를 하지 않으면 내일 일하러 갈 때 입고 나갈 옷이 없을 텐데, 다들 빨래를 그닥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생각하잖아. 어제 내가 빨래를 해서 오늘 내가 그 옷을 입고 일을 하러 나갈 수 있다면,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건조대에 널었다 걷어서 옷장에 접어 넣는 시간도 일을 하기 위해 쓴 시간 아니야? 그런데 왜 빨래를 하기 위해 쓴 시간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불하지 않지?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억울했어! 미얼 래더만 유켈리스, 〈닦기/자국/유지보수: 실외(Washing/Tracks/Maintenance Outside)〉, 1973.(이미지 출처: https://monoskop.org/Mierle_Laderman_Ukele) 그래서 유켈리스의 작업을 미술관에서 만났을 때 유독 반가웠는지도 몰라. 내가 처음 본 사진에서 유켈리스는 청소를 하기 위해 미술관 입구에 쪼그려 앉아 양동이에 든 물을 계단에 붓고 있었어. 대단하지 않아? 도대체 어떤 부분이 대단하냐고? 그냥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유켈리스가 미술관의 내외부를 청소하는 장면이 미술관에 걸렸다는 건, 단순히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해. 유켈리스의 퍼포먼스는 우리가 지금까지 ‘집안일’이라고 불러왔던 여성의 노동이 사회를 유지관리(maintenance)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개인의 창조적 작업(work)이 아닌 사회적 소수자에게 배당된 노동(labor)을 예술의 범주에 끌어들이는 일이잖아?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는 집안일이 사회를 유지하는 예술이라고 말해준 사람은 유켈리스가 처음이었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창틀을 닦고, 청소기를 돌리는 동안 그 누구도 인정(認定)을 베풀어 주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유켈리스는 이렇게 말해. “나는 예술가다. 나는 여자다. 나는 아내다. 나는 엄마다. (이 역할의 순서는 무작위적이다) 나는 많은 세탁과 청소, 요리, 수리, 유지, 보존 등을 한다. (지금은 그와 별개로) 예술을 한다. 이제 나는 그저 그런 일상의 일을 할 것이며, 이것을 의식으로 흡수하여 예술로 전시할 것이다.”(Ukeles, 1973) 그러고보니 졸업전시에서 기획자 대표를 맡았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차마 어머니를 초대하지 못했어. 어머니의 지루한 얼굴이 먼저 떠올랐거든. 너도 알다시피 우리 어머니는 미술에 큰 관심이 없으시잖아. 게다가 주6일 새벽부터 출근해야 하는 청소노동자인데, 무리해서 전시를 보러 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런데 우리 엄마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예술가였네. 다시 읽어보니 너무 두서없이 말했잖아?! 하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사노동이 작게는 스스로를 대접하는 일이고 크게는 사회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일이니 홀대하지 말자는 거야. 시간이 나면 과일이라도 사들고 찾아갈게. 그럼 그때까지 건강 조심하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 2021년 6월 24일 강리 👾 강리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인가요? 저는 가끔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우체국에 방문합니다. 눌러 쓴 편지를 받았을 때의 행복감을 아니까요. 여러분과도 그 기분을 나누고 싶었는데 어떠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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