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글쓰기의 바톤을 받으세요! 🏃 릴레이 글쓰기 🏃 릴레이 글쓰기가 돌아왔습니다. 첫 번째 주자가 작품을 고르면, 두 번째 주자는 작품을 보고 따라서 그림을 그려봅니다! 세 번째 주자는 두 번째 주자의 그림을 보고 작품을 유추합니다. 어떤 작품인지 못 찾아내면 어떡하냐고요? 괜찮습니다! 이때, 세 번째 주자는 자신의 임의로 작품을 골라, 글을 쓰는 네 번째 주자에게 전달합니다. 과연, 첫 번째 주자가 고른 작품이 제대로 전달되었을까요? 피에르의 죽음 글. 강리 나는 장-레옹 제롬의 〈가장무도회 후의 결투〉(1857)에 관한 에세이를 쓸 작정으로,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었다. 검색창에 “Jean-Léon Gérôme”, “The Duel After the Masquerade”을 번갈아 넣으며, 상단에 뜨는 게시글부터 차례로 읽어갔다. 그러다가 워드프레스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라는 작성자의 말에 따르면, 헌책방에서 구매한 『악의 꽃』 초판본에 흥미로운 쪽지가 있어 영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다시 한국어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장-레오 제롬, 〈가장무도회 후의 결투〉, 1857, 캔버스에 유화, 29.1×56.3cm, 콩데미술관 소장. (이미지 출처: en.wikipedia.org/wiki/The_Duel_After_the_Masquerade) 이른 아침부터 피에르가 한 손에 깨진 거울을 들고 가장분으로 얼굴을 하얗게 칠했다. 그리고는 가설무대 뒤편을 돌아다니며 배우들에게 격려를 건넸다. 그가 파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배우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장 상냥한 사람이라는 점은 확실했다. 나 또한 그 사실에 의심이 없었다. 광장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배우들은 북적이는 소리가 커튼을 넘나들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불만에 찬 고함을 질렀을 때, 피에르가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하얀 옷깃이 후경의 잿빛 나무들과 제법 잘 어울렸다. 그가 도약과 착지를 반복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나왔다. 광장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배우들은 북적이는 소리가 커튼을 넘나들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불만에 찬 고함을 질렀을 때, 피에르가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하얀 옷깃이 후경의 잿빛 나무들과 제법 잘 어울렸다. 그가 도약과 착지를 반복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나왔다. 어찌나 함성이 크던지, 극단의 어린 배우들이 커튼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피에르의 곡예를 훔쳐볼 정도였다. 그리냐르는 그러한 장면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아이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리고도 화를 이기지 못했는지, 쓰고 있던 어보리진 모자를 내팽겨쳤다. (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두 문단은 작성자가 커피를 쏟아 아예 읽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냐르가 함성과 박수 속에서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내가 무대 위로 뛰어올라갔을 때, 피에르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장에게 기대어 있었다. 이들의 즉흥연기에 감탄하며 베니스의 총독처럼 넉살스럽게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때 장이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불렀다. 그제서야 피에르의 복부에서 흘러나온 피가 하얀 옷깃을 물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우선 오른손으로 상처를 막았다. 그리고 피에르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피에르의 눈에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하지만 입이 계속 뻐끔거렸다. 나는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그는 “그리냐르를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나는(Je)”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끝맺지 못하고, 쪽지는 끝났다고 한다. 작성자는 이 장면이 마치 장-레옹 제롬의 〈가장무도회 후의 결투〉 같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나는 『악의 꽃』 초판본이 1857년에 발행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에세이를 작성하기 위해 이만 창을 닫아야 했다. 🌻 아현 언젠가 이 작품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여 감상하고 싶었습니다. 미술사 수업 시간에 처음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의 〈가장무도회의 결투(Suite d'un bal masqué)〉(1857) 를 마주했을 때의 느낌을요. 의도치 않게 수연에게 어려운 임무를 주었지만, 너무나도 작품과 똑같이 그려 놀랐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눈부실 만큼 하얀 눈과 특이한 복장을 한 사람들. 어려운 그림을 멋있게 그려준 수연에게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결투의 비극적인 결말을 ‘지금’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운명, 오만, 슬픔 등등 인생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강리가 쓴 「피에르의 죽음」은 가상의, 아니 어쩌면 실존했을지도 모를 곡예사의 삶을 비춥니다. 〈가장무도회 후의 결투〉에서 곡예사로 보이는 인물은 피에르와 그리냐르 중 누구일까요. 여러분께도 이 미스테리한 연결이 닿길 바랍니다. 오늘, 땡땡레터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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