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성북 N 작가공모 연구 프로젝트 결과물을 공개합니다! 👣 〈네오 라이팅 클럽〉에서 함께한 사람들 👣 오늘 《땡땡레터》는 6호의 마지막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땡땡 콜렉티브는 ‘2021 성북 N 작가공모’ 연구 프로젝트로 〈네오 라이팅 클럽〉을 기획하였습니다. 〈네오 라이팅 클럽(Neo Writing Club)〉은 미술 감상과 글쓰기를 주제로 하는 워크숍으로,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시민 5명을 대상으로 9월에 두 차례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땡땡 콜렉티브는 〈네오 라이팅 클럽〉을 통하여 훈련되지 않은 감상자를 대상으로 미술 감상과 글쓰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견고한 미술 비평의 코드에 도전하며 다양한 경험의 위치에서 미술 언어를 번역하고자 했습니다. 〈네오 라이팅 클럽〉이 진행된 양일 동안 참여자분들과 전시를 함께 감상하고 느낀 바를 공유하였으며, 글쓰기에 관한 고민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번 레터에는 이러한 과정과 퇴고를 거쳐 완성된 〈네오 라이팅 클럽〉 결과물을 공개하고, 이를 구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참여자 두 분의 전시리뷰와 땡땡 콜렉티브의 코멘트를 준비하였습니다. 다양한 경험의 위치에 있는 제각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스쳐 지나간 요소도 다시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도 글을 읽으며 전시공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참여자 두 분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네오 라이팅 클럽〉의 결과물, 이민호님의 「뜬구름 잡는 소리」와 홍주아님의 「당신에게 구름 그림자는 어떤 모습인가요」를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 글. 이민호 한 영화의 줄거리가 어떻게 되는지 사전에 가늠해보기 위해 티저 영상이 존재하듯, 전시 포스터는 나에게 있어 작품들만큼이나 전체적인 내용의 이해를 돕도록 해주는 큰 역할을 한다. 《구름 그림자》 전시의 포스터는 제목처럼 구름과 그림자를 단순하고 추상화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보며 삶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나름의 예측을 해보는 한편, 구름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는 흔히들 말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냉소적인 문장 하나가 문득 떠오른다. 2021 성북 N 작가공모 《구름 그림자》 전시 포스터 일반적인 사회적 시선에서 예술가를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는 사람들로 본다고 할 때 내가 작가의 입장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말이 꽤 기분 좋게 들릴 것 같다. 삶 속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뇌 속에 발생하는 구름이 걷히지 않는다면, 결국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흘러넘쳐서 무엇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예술가는 그런 구름이라는 질문들을 잡아서 걷어내어 주고 조금이나마 구름이라는 현실 뒤에 가려진 본질인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기를 개인적으로는 바라는 편이다. 그림자는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업물 혹은 이물질 같은 존재이며 땅에 있는 우리는 이 그림자로 인해서 구름과 하늘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치열하게 구름과 하늘의 관계를 설정해가며 그림자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그들의 작업을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일까. 👾 강리: 이민호님의 「뜬구름 잡는 소리」는 예술과 삶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으로서 전시 감상 경험을 풀어냅니다. 전시장 밖에서 감상을 시작하는 도입과 워크숍에 참여한 이후의 감상이 인상적입니다. 전시를 감상하며 ‘나’의 좌표가 얼마나 이동하였는지를 되짚어보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 아현: 구름과 그림자의 관계를 예술가의 의의로 풀어내어 흥미롭게 읽은 글입니다. 삶의 그림자, 비, 구름이 맑은 하늘로 개어진 상황을 예술가의 역할로 바라본 관점이 놀라웠습니다. 제게 예술가는 고민을 해결해주는 존재이기 보다 또 다른 질문을 가져다주어 매번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관찰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간극을 통해 예술의 의의가 풍부해진다고 생각합니다. 👻 현지: 한때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며 줄거리를 추측하거나 예고편의 다채로움을 감상하곤 했죠. 제게 전시 포스터는 전시의 내용을 예측하기보다, 전시의 분위기를 담는 하나의 이미지이자 작품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구름 그림자》의 포스터 또한 제가 어렴풋하게 느낀 전시의 분위기인 관조, 산책, 고요, 몽실몽실함 등을 담고 있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포스터를 보고 떠오른 생각에서 예술가의 역할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며, 포스터만으로도 이렇게 풍부한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구름 그림자》 포스터가 어떻게 다가왔나요? 🌻 수연: 그러게 말이에요. ‘뜬구름 잡다’라는 말은 막연하거나 허황된 것을 좇는 일을 말해요. 일상적으로 보면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겠지만, 창작가 입장에서는 현실에서 기대하기 힘든 일을 실현해서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름 그림자’라는 전시명이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속담으로, 그리고 이것이 예술가의 역할로 이어지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던 글이에요. 당신에게 구름 그림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글. 홍주아 작가가 그려낸 찰나의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다. 버스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창밖의 차선을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원동기의 속력을 체험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건 버스의 내달음이었고, 머릿속에서는 ‘나’의 내달음에 대한 성찰이 시작되었다. 목표는 뚜렷한지, 방향은 잘 잡았는지. 이 그림 조각들이 기울어진 만큼의 노력이라도 하고 있나? 열정을 가지고 있나? 이 작품에는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은지, 〈내달음〉, 2021, 흑연, 종이, 가변 설치. ⓒ 성북예술창작터 (촬영: 최요한) 2층에는 이은지 작가의 〈덩굴〉 연작이 설치되어 있다.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작품의 이름을 ‘폭풍우’, ‘토네이도’ 정도로 생각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의 집을 삼켜버렸다는 무시무시하고 우중충한 회색 토네이도가 그려진 듯한 회화 6점이 나무 지지대에 걸려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어느 작품보다도 강렬했다. 응축된 슬픔과 우울을 가진 이의 눈물에 색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니 밤에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어느 야산이 보였다. 마구 자라난 나무와 덩굴로 뒤덮인 산의 모습. 아주 어릴 땐 고속도로를 지나며 수풀이 우거진 야산을 볼 때마다 덩굴이 나에게로 옮겨와 산으로 빨아들일까 봐 무서워했다. 작가가 표현한 어느 방향으로든 뻗어나가는 덩굴을 보고 아주 오랜 기억을 창고의 맨 깊숙한 곳에서 꺼냈다. 관객의 관점과 경험에 따라 덩굴은 뭐든 지지대 삼아 뻗어나가며 어떤 장애물이든 수용하는 줄기찬 생명체가 될 수도, 산과 나무를 뒤덮는 무질서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덩굴〉은 모든 시선을 포용하는 구름같은 작품이다. 이은지, 〈덩굴 1~2~3~4~5~6~7〉, 2021, 흑연, 물, 2합 장지, 풀, 나무, 가변 설치. ⓒ 성북예술창작터 (촬영: 최요한) 👾 강리: 홍주아님의 「당신에게 구름 그림자는 어떤 모습인가요」는 전시를 만나러가는 첫인상에서 출발하여 사적인 성찰로 이어지는 글입니다. 기억을 인용하며 〈내달음〉과 〈덩굴〉의 의미를 설계하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이 글을 작품과 감상자의 관계에 따라 제각각으로 맺히는 상(像)을 자세히 관찰해보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 아현: 저도 밤 늦게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야산의 모습이 마치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 있습니다. 밝은 하늘 아래 있는 산은 강인하고 위로해주는 느낌을 주는데, 밤 하늘 아래에서는 왜 무서운 존재로 판단할까요. 주아님이 덩굴을 “뭐든 지지대 삼아 뻗어나가며 어떤 장애물이든 수용하는 줄기찬 생명체가 될 수도, 산과 나무를 뒤덮는 무질서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한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폭풍우에 휩쓸려 오즈에 불시착한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떠난 여정이, 결국 도로시에게 행복의 의미를 찾아주는 단초가 되었던 것 처럼요. 여러분의 ‘덩굴’은 어떤 것인가요? 👻 현지: ‘내달리다: 힘차게 달리다.’ 이은지 작가님의 〈내달음〉과 주아님의 글을 보며, 일상 속에서 내달렸던 순간을 한-참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는 힘차게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아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웃음) 내달리면서 느끼는 생동감, 그 후의 뿌듯함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항상 내달릴 수는 없잖아요. 쉬엄쉬엄 걸어야 할 때도 있고, 이조차 멈추고 앉아 갈 때도 있고. 저는 제가 원하는 박자로 살아가고 싶은데, 사회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정! 열정! 열정! 달려!’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내달음을 좋아하지만 억지로 내달리는 상황에 놓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씩씩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네요! 🌻 수연: 저도 ‘나’의 내달음을 한 번 생각해 보았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성적으로 매겨지는 순위, 입시에 대한 압박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 보니, ‘나’를 둘러싼 사회 분위기와 주변 환경이 저를 억지로 내달리게 한 것도 있지만, 저도 그런 생각에 휩싸여 어디든 내달리려고 발을 굴렀어요. 이걸 깨닫고 나니, 내달려 다다른 곳보다는 내달리는 과정에서의 ‘나’를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달음〉에서도 어떠한 종착지나 결과를 안내하기보다는, 속도감을 표현하는 선이나 기울기를 달리한 종이들이 활주 과정과 인상을 나타내요. 이렇듯 〈내달음〉에는, 하나의 루트로써 지나친 과정을 다시 보게끔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주아님이 〈내달음〉을 통해 말하고자 한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저에게는 이렇게 와닿았어요. 오늘, 땡땡레터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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