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호의 첫 번째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 광주비엔날레 다녀왔습니다! 🚆 야심한 밤, 아슬아슬하게 광주비엔날레에 다녀온 땡땡 콜렉티브가 구글 문서에 모였습니다. 본격적으로 광주비엔날레를 이야기하기 전,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감상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오늘은 그 대화의 일부를 엿보려고 합니다! 2021. 5. 14. AM 12:46 광주비엔날레 어땠어? 강리: 아현이랑 수연은 광주비엔날레가 처음이지? 어땠어? 아현: 비엔날레라고 해서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 평소에 전시 볼 때랑 비슷하게 감상했던 것 같아. 난 전시를 감상할 때 대부분은 사전에 전시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현장에서 이해한 다음에 작품 하나하나의 상호관계성, 전시의 특징 등을 파악하는 편이야. 수연: 나도 비엔날레 입문자(?)로서, 일상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와는 다른 특별한 감상 계획을 두지는 않았어. 일단 한 차례는 경험해봐야 다음부터 비엔날레에 적합한 감상 계획을 짤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러고 보니 처음에 강리가 광주비엔날레 보러 가자고 제안했잖아. 왜 같이 가자고 했어? 강리: 맞다, 내가 먼저 같이 보러 가자고 했었지. (하하) 제12회 광주 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이 꽤 기억에 남았거든. 음, 그런데 왜 기억에 남았는지 설명하기가 조금 어렵네. 나는 지난 광주 비엔날레를 감상하면서 내 속에서 뭔가 우둘투둘하게 밀려 나오는? 그러니까 뭔가 돋아난 듯한 기분을 느꼈단 말이야. 아마도 전시를 감상하면서 지정학적 맥락에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정동을 체험한 것 같아. 처음 경험하는 규모와 스펙타클에 압도되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웃음) 하여튼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가고 싶었어. 그런데 너희도 잘 알잖아. 나 계획 세우는 데 약한 거. 너희랑 가는 덕에 잘 둘러본 같아. 현지: 계획하니까 생각난다. 내가 전체적인 계획을 짜기로 했었잖아. 계획을 짜면서 어떻게 1박 2일 안에 광주 비엔날레를 다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동선을 찾으면서, 아악! 아아아악! 소리도 좀 질렀던 것 같아. (웃음) 사실 나는 이번에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없었어. 숙박비와 교통비 등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거든. 덕분에 나도 비엔날레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네. 강리: 맞아, 혼자 가면 진짜 비용이 문제지. 그런데 나는 저번에 단체 관람으로 가느라 본 전시관과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하 ‘ACC’)밖에 가질 못해서 아쉬웠거든? 그래서 이번에는 비엔날레와 연계된 전시 공간도 꼼꼼히 보겠다는 나름의 야망이 있었어. 먼저 다녀온 친구들로부터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과 구 국군광주병원을 꼭 가보라는 추천을 받기도 했었고! 아현: 나도 구 국군광주병원을 가장 기대했어!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분이 그 공간에서 사진을 찍으면 왕가위 감독 영화 속 한 장면같이 나온다고 했는데, 진짜 그럴지도 궁금했고, 그 공간이 지닌 역사와 이야기를 직접 관찰하고 싶은 기대가 컸어. 2021. 5. 17. AM 1:25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소개해줄래? 김성환, 〈머리는 머리의 부분〉, 2021, 싱글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3분. (제공: 강리) 강리: GB커미션으로 제작된 김성환의 〈머리는 머리의 부분(Hair Is A Piece of Head)〉(2021)이 기억에 남아. 하와이 이민자의 역사를 다루면서 인종적 문제를 드랙 퍼포먼스로 보여주었던 장면들 때문인데, 정체성과 수행성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어. 하지만 광주라는 지정학적 맥락에 어떻게 접속했는지는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더 생각해보고 싶기도 하고? 펨케 헤레그라벤,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새 스무 마리〉, 2021. (제공: 아현) 아현: 나는 펨케 헤레그라벤의 작업을 흥미롭게 봤어. 강리: 혹시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새 스무 마리〉(2021) 말하는 거야? 아현: 응! 본 전시관 갤러리 5의 한 부분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끌더라. 미로처럼 입구와 출구가 헷갈리게 되어있었어. 설치구조 안에 있는 또 다른 작품을 관람객들이 감상하는 광경을 보니 이 작품은 관객과 마주할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꼈어. 그리고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의 전시를 보면서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이 놀라웠어. 수연: 나는 오히려 디스플레이에서 아쉬운 점을 느꼈어. ‘행동하는 모계 문화’를 소주제로 한 본 전시관의 갤러리 5를 제외하면 출품작이 각 소주제와 상관없이 유사반복되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런 방식은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 현지: 완전히 공감해! 비엔날레의 전체적인 주제는 어렴풋이 느껴지지만, 각 소주제와 출품작 간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찾는 건 어려웠어. 형태만 다를 뿐,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느낌? 수연: 그래서일까? 본전시관보다는 별도 장소에 마련된 전시가 개인적으로 와닿았어.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었고, 그중에서도 베이스 폴리곤에 마련된 《Re – Born》 전시를 꼽고 싶어.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1904년에 정착한 서양 선교사들의 사택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인데, 작품들이 작은 방마다 단독으로 전시되어 몰입도가 높았어. ![]() ![]() 시셀 톨라스, 〈_EQ_IQ_EQ_〉, 2019~, 냄새를 사용한 설치: 냄새가 입혀진 37개의 화산석, 양신하의 일기(1948–2020), 사운드 설치(준언어적 사운드), 가변크기. (제공: 현지, 수연) 현지: 그랬구나. 나는 베이스폴리곤을 관람하면서 서늘한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등골이 섬뜩해졌었어. 얼른 올라가서 다시 화산석의 냄새를 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나는 호랑가시나무 글라스폴리곤의 시셀 톨라스 〈_EQ_IQ_EQ_〉가 특히 인상 깊었는데, 작가는 문화 행동, 경제 발전, 사회 기억, 생태적 취약성의 특징을 해독하는 수단으로써 ‘냄새’에 접근했다고 해. 37개의 화산석의 냄새를 맡고 냄새와 관련된 글을 찾아가는 게 흥미로웠어. 글을 읽고 냄새를 떠올리며 감상했던 과정이 아직도 생생해. 아현: 음⋯⋯. 나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 예약제로 운영되지 않아서 너무 오래 줄을 섰다는 점이 아쉬웠어. 현지: 나는 그래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을 오랫동안 기다려서 본 것에는 후회 없어. 덕분에 호랑가시나무 창작소레지던시의 《당신의 ㅅㅈㅅㅈ》도 봤잖아? 사실 나는 광주에서 봤던 전시 중에 제일 좋았어. (웃음) 린이치, 〈메아리의 군상〉, 2020, 5 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4분 30초. (제공: 강리) 아현: 맞아, 그 부분은 완전 동의! 그리고 나는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서 《한 쌍의 메아리》도 마음에 들었어. 특히 왕딩예 작가가 출품한 모든 작품이 가슴에 와닿았어. 슬픔과 그 슬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을 관람객이 즉각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한 작품이 아니라서 울림이 더 컸던 것 같아. 강리: 나는 같은 전시에서 린이치의 〈메아리의 군상〉(2020)이 마음에 들었는데! 영상에 등장하는 ‘백색 테러 뤼다오 기념단지’는 대만 백색 테러 시기에 정치범을 수용하던 감옥이었는데, 린이치는 뤼다오 주민을 초청해서 이 기념단지의 직원으로 둔갑시켜. 이들이 중국어, 대만어, 일본어, 영어를 번갈아가면서 수감자의 명복을 비는 노래를 부르는데, 선형적인 시간과 단절된 공간을 뛰어넘어서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더라고. 그래서인지 드라마 ‘시그널’이 생각났어. 드라마에서 과거와 교신하는 무전기로 주고받은 음성이 현재와 미래를 뒤트는 것처럼, 이 작업을 통해서 소통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게 해서 좋았어. 2021. 5. 17. PM 11:53 감상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수연: 광주 비엔날레의 핵심 키워드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해. 물론, 국제 전시에서 다양성은 기본으로 전제되는 속성일 테지. 하지만, 많은 작품에서 인종과 민족, 성, 윤리적 배경 등의 차이를 짚어내었고, 이를 통해 그들 중 어떤 집단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억지로 다수 집단에 편입시키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았어. 이번 광주 비엔날레 출품작을 보며 서구에서 유래한 사상과 학문, 언어 체계뿐만 아니라 그 밖의 수많은 비정통적 맥락까지 고려하였다는 느낌이 들었어. 강리: 나도 비슷해. 나의 감상에 조금 더 적절한 단어를 고르자면 ‘비주류’. 무엇을 기준으로 비주류인지를 물어본다면 조금 곤란할 것 같아. 묻지 말아 줘. (웃음) 장난이야. 나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관은 모든 이항대립의 두 번째의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어. 지금 떠오르는 단어들로는 순수미술-응용미술, 남성-여성, 비퀴어-퀴어 같은 이항대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사회가 당연시하는 규범을 첫째로 할 때, 둘째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축제를 벌인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그리고 굳이 축제라는 표현을 덧붙인 이유는, 포토제닉한 전시장 풍경 때문이었어. 게다가 비엔날레가 끝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훨씬 왁자지껄하고 웅성웅성하더라. 들뜬 분위기가 축제 같았어. 현지: 나는 ‘샤머니즘’! 토속신앙과 관련된 주제와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띄었어. 샤머니즘을 종교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곁에 항상 있는 때론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어. 마치 팬데믹 상황에서 혼란과 소외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것 같더라. 아현: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서 가장 핵심이 되었던 키워드는 ‘생태’ 같아. 작가군을 살펴봐도 그렇고, 전시관별 키워드도 자연, 환경과 연관되었던 곳이 많았던 것 같아. 하와이 원주민의 역사같이 세계 각 지역의 역사나 이야기를 새겨 넣은 태피스트리가 많았는데, 이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목적, 즉 우리 삶의 터전을 기억하고 보존해나가자는 메시지와 닮아있다고 생각해. 2021. 5. 19. AM 1:47 우리는 또 보러 갈까? 강리: 뜬금없지만 나는 비엔날레가 NCT 127 같다고 생각해. (웃음) 너무 케이팝 오타쿠 같은가? 하여튼 왜 그러냐면, 127이라는 숫자는 서울의 경도란 말이야?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한다는 뜻인데, 요즘 아이돌은 한국에서만 어필하지 않잖아. NCT 127도 북미 투어를 오랫동안 다녀왔고. 그래서 나는 NCT 127을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퍼포머인 동시에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아이돌 상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서 이해한단 말이야. 지역적인 동시에 세계적이어야 하는 거지. 그런데 비엔날레의 과제도 비슷한 것 같아. 지역성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무대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는 ‘네오’한 재미는 거기서 온다고 생각해. 하나의 공간 위에서 교차하는 시선들의 지층을 들춰보는 일은 언제나 재밌잖아. 그래서 나는 항상 기대되고 같이 공유하고 싶어. 나만 그런가? (웃음) 아현: 나도 비슷하게 생각해. 한국을 중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담론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 다양한 문화와 목소리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관객들이 혼란스럽고 암담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것이 비엔날레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 아닐까? 수연: 맞아, 나도 비엔날레는 다양한 민족, 국가, 문화권 간의 지속적인 문화적 소통 창구이므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봐. 게다가 어느 지역이 그렇듯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항상 어느 시점에만 머물러 있지 않잖아? 비엔날레는 정기적으로 한 지역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 지역의 정체성이 변하고 역사가 쓰이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연구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현지: 나는 동시대 미술을 살펴보기 위해서 비엔날레를 보러 간다고 생각해. 동시대의 작가들이 어떻게 과거를 재해석하는지, 요즘 떠오르는 담론은 무엇인지도 비엔날레를 통해 볼 수 있잖아? 너희가 말해준 것처럼 비엔날레에서는 다양한 문화의 변동성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잘 알고 있지 못했던 이슈까지도 미술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에, 사회의 모습과 나아가 우리 자신의 모습도 비춰볼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봐. 우리 앞으로도 비엔날레 보러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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