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글쓰기의 바톤을 받으세요! 🏃 릴레이 글쓰기 🏃 릴레이 글쓰기가 돌아왔습니다. 첫 번째 주자가 작품을 고르면, 두 번째 주자는 작품을 보고 따라서 그림을 그려봅니다! 세 번째 주자는 두 번째 주자의 그림을 보고 작품을 유추합니다. 어떤 작품인지 못 찾아내면 어떡하냐고요? 괜찮습니다! 이때, 세 번째 주자는 자신의 임의로 작품을 골라, 글을 쓰는 네 번째 주자에게 전달합니다. 과연, 첫 번째 주자가 고른 작품이 제대로 전달되었을까요? L의 짧은 인생에 관한 소고 글. 아현 내 몸에 생애 처음 생긴 상처는 주삿바늘이 만들었다.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생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주삿바늘은 내 복부에 꽂혔고, 이는 곧 큰 점 2개가 된다. 그다음으로 크게 난 상처는 두 살 때 이마에 난 자상(刺傷)이었다. 엄마가 동생을 임신했을 때 같이 병원에서 대기하다가 의자에 찧어 생겼다고 한다. 이날 이후로 내 눈썹 사이에는 상처를 꿰맨 자국이 생겼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없어질 상처이다. 7살 즈음 겨드랑이에 물사마귀가 생겼다. 의사 선생님은 두드러기같이 생긴 이것들을 핀셋으로 짜냈는데, 집에서도 이 짓거리를 반복할 때마다 끔찍했다. 그날 고통과 공포에 병동이 떠나가라 울고불고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터는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새겨진 상처들이 많아졌다. 저학년부터 잦은 이사와 전학을 거치며 친구들을 사귀다 보니 만남과 이별에 익숙해졌다. 다행히도 3학년 때부터 한 도시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누구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혼자 남겨지는 것은 아닐지 두려워하며 홀로 다니지 않기 위해 애썼었다. 그 두려움 때문에 버림도 받고 이해도 얻었었다. 한편으로 이 두려움은 미래에 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내가 과연 이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대학에 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등 예측할 수 없는 일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악화시켰다. 그래서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모든 일을 놓았던 때도 있었다. 성인이 되고 생긴 상처 중 하나는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었다. 대학교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버스 기사가 갑자기 한 물탱크트럭을 받았다. 이마를 철봉에 크게 박아 기절했었다. 친구는 유리가 깨지면서 살이 찢겼다. 이때부터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생긴 상처는 내게 우울증을 인지하고 나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무리 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내가 잘못했더라도, 그런 나를 나조차 혐오해서는 안 된다. 황아일, 〈Reconstruction I〉, 2018, plastic-coated paper(550×130cm), cloth(172×97cm), Installation view: Museum Wismar Schabbell, Wismar, Germany. (이미지 출처: https://www.ailhwang.com/reconstruction-i) 황아일, 〈Reconstruction I〉, 2014, plastic-coated paper(500×200cm), Installation view: Galerie Januar, Bochum, Germany. (이미지 출처: https://www.ailhwang.com/reconstruction-i) 황아일 작가의 〈재건축Ⅰ〉(2014&2018)은 공간에 밀착해 불법 점거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공간과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동화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마치 불완전한 점거를 하는 형상이다. 작품은 플라스틱 종이로 만들어졌는데, 종이 중간중간에 갈기갈기 찢긴 부분들이 눈이 들어온다. 나는 종이가 찢어지고 벌어져 생긴 부분들이 마치 상처처럼 느껴졌다.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상처이기도 하면서, 마음에 새겨진 상처들. 상처들은 ‘나’에게만 생기고, 곯고, 물러지고, 굳어져 새 살로 변한다. 그런 이유에서 위 단락에 나열한 상처들은 ‘나’를 가리킬 수도 있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고통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받은 상처의 수는 얼마나 될까? 그 상처들은 얼마나 굳어지고, 또다시 벌어질까? 이 물음에 답해줄 정답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상처를 잘 치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고통의 시간을 겪었더라도, 이겨낼 힘이 없더라도, 상처를 함께 치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는지 말이다. 그러니 나는 기꺼이 상처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 수연 제가 골라서 현지에게 전달한 작품은 임하영 작가의 〈panel on canvas-stoke〉(2021)였습니다. 이 작품은 회화이지만, 캔버스가 찢겨 나무 뼈대가 고스란히 드러난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 마치 입체처럼 보이는 작품입니다. 이것이 황아일 작가의 〈재건축〉(2014&2018)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지만, 작품에서 주를 이루는 재료를 ‘찢어내었다’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아무래도 작품을 고를 때 눈을 감고 무작위로 고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작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이것에 관해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어느 정도 상상하고는 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게 아님에도요😂) 이번에 저는 임하영 작가의 〈panel on canvas-stoke〉를 전달하며 ‘상처’에 관해 이야기하면 어떨까, 혼자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해 신기했습니다. 첫 번째 주자와 마지막 주자의 마음이 통한 걸까요? 아현의 「L의 짧은 인생에 관한 소고」는 L이 아주 어릴 적부터 최근까지 겪은 내·외면의 상처를 담담한 말투로 전달하면서, 이들을 치료/치유하는 과정을 찾아가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Linkin Park의 〈Heavy〉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모든 게 버겁고 지금 내가 겨우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나의 지난 상처는 어떠했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돌이켜 생각하게 하는 음악입니다. 후기를 읽으실 때면 이미 글을 다 읽은 후겠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오늘, 땡땡레터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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