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땡땡 콜렉티브가 인상 깊게 본 전시는? 🍂 전시 리뷰 🍂 8호 주제는 최근 땡땡 콜렉티브가 인상 깊게 본 전시 리뷰입니다. 첫 번째 글은 디스위켄드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유지영 작가의 개인전 《Cupboard》이고, 수연이 리뷰를 썼습니다. 하단에 전시 정보를 적어두었으니, 함께 전시 감상하며 가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회화의 두께 글. 수연 회화의 두께는 얼마나 중요할까? 여기서 말하는 회화의 두께란, 회화 작품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가 실재하기 위한 캔버스 따위의 지지체를 포함한다. 개인적으로 회화 작품을 볼 때면 꼭 벽에 걸린 작품의 옆면을 확인하고는 한다. 작품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3~4cm 정도의 두께를 주로 보게 된다. 불과 5cm도 안 되는 옆면을 보면서, 작품의 이미지를 뚫어지듯 응시하며 의미를 고심하는 행위보다는 덜 피곤하고, 다소 가벼우며, 감상자에 따라 작품 일부 혹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될 수 있는 많은 질문을 떠올린다. 무엇 때문에 캔버스를, 장지를 선택했을까? 이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의 수단이었을까? 옆면까지 칠하거나, 혹은 옆면을 전혀 칠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액자는 어디에서 샀을까? 이러한 질문은 결과적으로 회화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며, 무슨 관계가 있을까? (쓸데없는 질문일까?) 나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 회화는 평면 이미지이기 때문에, 회화에 관하여 논할 때 3차원 작품만큼의 양감과 부피감, 입체감 등은 논외로 여겨지고는 한다. 물론, 그만큼 이미지에 관하여 할 말이 많은 것이겠지만, 작품의 시작과 끝이 이미지만이라면 그건 이 세상에서 내 시야에 들어오는 그 무엇과도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미지를 받치고 있는 지지체에 관한 질문을 시작한 듯하다. 《Cupboard》 지상 1층 전시 전경 ⓒThisWeekendRoom (촬영: 고정균) (이미지 출처: http://thisweekendroom.com/cupboard/ 보도자료) 유지영 작가의 개인전 《Cupboard》를 보며 종종 떠올리고 스쳐 지나간 물음들을 마주할 때가 되었음을 인지했다. 전시공간은 1층과 지하 1층으로,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책장 같은 구조물 〈Black Coral〉과 대면한다. 가로 1m, 세로 1.5m 정도 크기인데, 특이하게도 캡션에 두께도 명시되어 있다. 두께는 무려 18cm이다. 회화 전시라는 점만 인지하고 갔던 터라, 캡션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목재에 캔버스를 붙였다. 심지어 〈Black Coral〉에는 실제 책장 혹은 선반처럼 그리드(grid)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다. 두께 18cm의 빈칸에는 충분히 사물을 올려놓을 수 있기에, 색을 칠한 목재와 캐스팅한 석고가 안정감 있게 자리하고 있다. 보란 듯이 자리를 차지한 작은 조각들을 보며 회화의 두께를 인지하였고, 그 순간 스쳐 지나간 물음들이 요동쳤다. 〈Black Coral〉은 회화에 있어서 지지체와 이미지의 딜레마적 관계를 고민하게 한다. 종류를 막론하고 이미지를 ‘화면에 나타나는 형상’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는 회화의 본질이나 존재 이유처럼 느껴진다. 한편, 이미지는 회화가 가지는 두께를 고려하지 않고 회화를 2차원적 매체로 통칭하도록 만듦으로써 회화의 입체감이나 대상성(objecthood)을 좌절시키기도 한다. 회화의 지지체는 이미지를 위한 물리적 기반이 되는 동시에, 이미지의 각종 가능성을 틀 내로 제약한다. 이미지가 지지체를 빠져나간다면 자신의 본성을 제약하는 것에서 벗어나지만. 지반을 잃었으므로 금방 증발할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Cupboard》 지하 1층 전시 전경 ⓒThisWeekendRoom (촬영: 고정균) (이미지 출처: http://thisweekendroom.com/cupboard/ 보도자료) 지하 1층에 자리한 〈Colander〉, 〈Rounds〉는 각각 주거공간에 자주 쓰이는 백색의 찬장 혹은 선반, 비정형적으로 모양이 난 시계로 보인다. 분명 캔버스 위에 칠을 하고, 캔버스 위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곳에도 조각적인 시도가 없으며, 이들은 모두 벽에 걸려 있는 등 회화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유지영 작가는 회화과 석사 과정을 시작한 후 일명 ‘회화적 회화’를 주로 다루었던 동기들이 당연하게 따르는 절차와 선택하는 재료의 폭에 대하여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대다수가 초점을 두는 화면 위 형상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관습적 요소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변수’로 작동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유지영은 그간 ‘상수’로 여겨진 회화의 조건을 각각 조정해보면서 그의 작업이 회화와 비-회화의 경계 어딘가에 위치하는지 가늠한다. 작업이 회화로 인지될지는 감상자가 생각하는 회화의 정의에 달려있으나, 완전한 회화라기보다는 회화의 일부 조건이 과장되거나 누락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전시 《Cupboard》는 서문에서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의 『객체들의 민주주의』를 인용한다. “어떤 소통체계의 경우에, (…) 그 체계가 존속할 수 있으려면 무언가 새로운 말할 거리를 언제나 찾아내야 한다.” 매체는 일정한 관습(특성)을 간직한 채 그대로 존재하지만, 이것이 시대별로 새로이 개발되는 시각 예술의 형식이나 작동 원리와 비교될 때 재해석될 가능성을 얻는다. 유지영은 회화 체계를 메타적으로 비평함으로써 회화에서 다소 이면의 조건이었던 지지체를 조율하고자 하였고, 계속해서 새로운 말할 거리를 찾아갈 것이다. 1. 이상엽, 「두기 좋은 그림」, 《Cupboard》(2021, 디스위켄드룸) 전시 서문. 2. 황재민, 『Painters By Painters ‘18』, 2/W Digital Edition, 2018, pp.66-75. ![]() 유지영 개인전 《Cupboard》 📌 기간: 2021.11.12.(금) - 11.27.(토) 📌 장소: 디스위켄드룸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89-9 1층) 📌 참여작가: 유지영 📌 관람안내: 매주 화요일 - 일요일 12:00-19: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관람료: 무료 🌻 수연 오랜만에 한남동을 돌아다니며 전시를 본 날이었습니다. 인도에 은행잎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있었는데, 11월 중순인 지금에서야 제대로 가을을 느끼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평일 낮에 전시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대다수가 출근해 있을 때면 거리는 한적하고, 햇볕은 따사로운 데다가, 사람이 적어서 전시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거든요. 구독자 여러분은 전시를 볼 때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가 있나요? 오늘, 땡땡레터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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