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호의 마지막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릴레이 글쓰기🏃 3호에서 땡땡 콜렉티브는 ‘릴레이 글쓰기’를 시도했습니다! ‘릴레이’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으시죠? 간략하게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주자가 단어를 제시하여 두 번째 주자에게 전달합니다. 두 번째 주자는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작품을 세 번째 주자에게 전달합니다. 세 번째 주자는 작품을 보고 에세이를 쓰고, 이를 네 번째 주자에게 보여줍니다. 네 번째 주자는 작품과 에세이를 참고하여, 첫 번째 주자가 제시한 단어를 유추합니다. 간단하게 ‘단어-작품-글-추측’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3호의 네 번째 메일에 수록된 「나는꿈도잘안꾸는걸」은, '아현 – 강리 – 현지 – 수연'의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아현이 제시한 단어를 보고 강리가 고른 작품에 대하여 현지가 쓴 에세이를 읽고 수연이 추측하는 과정을 함께 쫓아가봅시다! 짙게 깔린 어둠을 배경으로 한 여자가 새하얀 옷을 입고 침대 위에 가로로 걸쳐 누워있다. 상반신은 완전히 뒤로 젖혀져 있고 팔과 머리는 침대 밑으로 늘어져 있다. 마치 깊게 잠든 듯하지만, 중앙의 커튼 사이로 여자를 바라보는 말과 탐욕스러운 표정의 괴물을 보아하니 좋은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원숭이 모습을 한 괴물은 그녀를 먹잇감처럼 바라보며 배 위에 앉아 여자를 누르고 있다. 이 괴물은 악마로, 서구 전설 속에 주로 등장하며 특히 혼자 잠자는 여성의 꿈속에 나타나 겁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실의 커튼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말의 하얀 눈은 섬뜩하다. 벌름거리는 콧구멍, 살짝 벌어져 있는 입, 바짝 서 있는 귀는 말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말 또한 성적 에너지를 상징하여, 여자가 꿈속에서 유린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존 헨리 푸셀리(1741~1825)는 성적 충동이 불러일으킨 흥분과 쾌락, 공포와 두려움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 무의식의 영역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악몽〉을 보고 있으면, 오싹하고 무서운 기분이 들어 그림을 오랫동안 살펴보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말에 눈길이 닿으면 얼마 못 가 화면을 꺼야 했다. 나는 악몽을 거의 꾸지 않는다. 꿈을 꾸지 않는 편이며, 꿈을 꾸더라도 금방 잊어버린다. 그래서 꿈보다, 악몽 같은 현실에 압도되는 순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이를테면 버스를 놓쳐서 약속한 시각에 늦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사실 늦었다) 한참 기다린 버스가 정류장에 도달했을 때, 집에 두고 온 챙겨야 했던 무언가가 생각난다. 시간 약속은 어기고, 물건은 빠뜨리고. 정말 중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버스에 탑승하지만, 악몽이라면 깨어나고 싶은 순간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에게 사소한 현실에서의 악몽은 과제가 쏟아질 때이다. 과제를 받았을 때는 분명 넉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밀려든 과제를 보며 이게 악몽이라면 제발 없어지길 하고 생각하곤 한다. 미루고 미뤄 지각 제출의 순간까지 다가오면 이 또한 끔찍한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악몽을 ‘아직은 경험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과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것은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니까) 나는 현재 예술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학부생이다. 이와 관련된 악몽 같은 시간은 언제였을까? 어떤 작품이 마음에 와닿았음에도 ‘정말 좋았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 이 좋음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설명할 수 없을 때의 괴로움. 작품 분석문 또는 비평문을 쓸 때 마주하는 무지와 한계. 이때마다 공부할 것을 다짐하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미술. 주변에서 전시, 작가, 작품, 공연 등에 관하여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야기할 때, 드는 생각.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무엇을 얘기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잘 모르는 나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런 내가 전공 공부를 계속해도 될지, 전공을 갖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나는 아직도 다시 생각해본다. 🌿 아현 (단어) 멤버들과 같이 ‘릴레이 글쓰기’의 규칙을 정한 뒤, 저는 너무나도 졸렸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 달 전의 저는 아침 8시에 일어난 적이 한 달에 4번 정도로 올빼미형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의가 끝난 후 긴 고민 없이 단어를 ‘잠’으로 정했습니다. 잠, Sleep은 일상의 보편적인 한 부분이고, 잠에 대해서는 누구나도 할 이야기가 많을 테니까요. 현지가 꿈을 잘 꾸지 않는 것에 반해, 저는 잘 꾸는 편입니다. 지금 이 후기를 쓰는 오늘도 꿈을 꿨는데 기분 나쁜 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선명하거나 흐릿한 꿈의 기억은 어제의 마무리이자 오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꿈을 꾸셨나요? 💁 강리 (작품) 작품을 고를 무렵, 저는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었습니다.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느낌이 들었어요. 악마가 가슴을 짓누르고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중압감. 그래서인지 ‘잠’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퓨슬리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악몽을 꾸지는 않아서, 당시의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보니 새롭기도 합니다. 어떤 힘이 저로 하여금 악몽을 꾸게 하였을까요? 👻 현지 (쓰기) 〈악몽〉을 건네받으며 ‘뭐 이런 흉측한 그림이 다 있지!’라고 느꼈습니다. 자꾸만 섬뜩해져서 흐린 눈으로 작품을 보게 되어, 글을 쓰기 위해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삶에서 악몽 같은 순간을 떠올리는 동시에 너무 좋아 꿈 같았던 시간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어가 악몽을 포함하는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의 제목이 제시 단어일 리는 없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구독자님의 악몽 같은 현실에 압도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 수연 (추측) 정답을 맞히는 입장에서 〈악몽〉이라는 작품을 보고 잠, 꿈 등의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지의 글을 읽으면서, 작품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형태를 중심으로 전개된 묘사와 현실에서의 악몽 같은 순간을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도 꿈을 잘 꾸지 않기에, 「나는꿈도잘안꾸는걸」이라는 제목이 크게 공감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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