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땡땡레터 작가론이 도착했습니다! 💫 『땡땡레터』 신진작가 연구 💫 안녕하세요, 땡땡 콜렉티브입니다. 👀 2022년이 되고 땡땡레터에서 발송할 첫 호는 신진작가 연구입니다. 지난 11월과 12월 동안 각자 연구한 신진작가의 작가론을 선보입니다. 네 작가의 흥미로운 작업 세계를 탐방하시길 바랍니다. 아현의 〈끝없는 세계의 반복과 시차들을 극복하기〉로 정여름 작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끝없는 세계의 반복과 시차들을 극복하기 글. 아현 정여름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표현한 것처럼 ‘개인의 역사가 곧 세계사’임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이건 실제이건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위치한다. 또한 정여름은 전쟁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서사를 구축하고 재현하는데, 지금-여기에 전쟁을 회상하고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번 작가론에서는 정여름 작가가 만든 영상 작품들의 서사 재현 방식과 서사 배경을 연구할 것이다. 그 재현 방식과 배경의 연관성을 따지고, 그것이 전시 형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파악해보려 한다. 한편 정여름의 작업 세계를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설명하고자 한다. 전쟁과 상흔, (비슷한) 세계의 연결, 1인칭 화자로 분류해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해석의 가능성이 다른 논점에도 확장할 수 있는지 가늠할 것이다. 불타는 고향을 바라보며 작가의 공통된 주제는 전쟁과 그로 인한 상흔이다. 전쟁은 과거에 일어났던 것일 수도, 현재에 발생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상흔은 물리적인 아픔의 흔적만을 가리키지 않고, 심리적인 아픔이 지나가고 난 자리를 함축한다. 작가는 왜 전쟁에 관해 말하고자 할까? 2010년대 후반,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싶은 정부의 의지를 뒤로하고 우리는 왜 전쟁의 의미와 영향력을 재고해야 할까? 이는 대한민국이 가진 특수한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 표면상으로는 휴전 상태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국민은 종전으로 여기는 아이러니한 국가. 미군이 점령해 있고, 매년 북한의 공격과 침략의 공포를 염려하지만, 소수만이 이를 걱정하는 국가. 그런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종전도 휴전도 아닌 상태에서, 모두가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정여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처할 수밖에 없었던 땅을 뺏긴 서러움과 새로운 터전을 일궈야 하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전쟁이 휩쓸고 간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주목하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정상’의 범주에 들기 힘든 인생을 사는데, 작가는 그들의 의지와 이상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인생을 전시하여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라고 물어본다.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지만, 정작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노력이 없는 냉담한 시차와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접속과 연결 정여름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다른 세계와의 연결을 보여준다.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 Graeae: A Stationed Idea〉(2020)에서는 VR 게임 ‘포켓몬고’와 구글 어스, 〈긴 복도 The Long Hole〉(2021)에서는 엽서와 구글 어스로 나타나며, 〈천부적 증인께〉(2021)에서는 가자 지구 거주민들이 촬영한 스냅챗 이미지를 이용한다. 각 작품의 이야기는 뉴스 속보와 작가가 촬영한 영상들, 영화 및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시각 자료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하나의 시공간을 유영하는 이미지들을 자르고 붙여, 단절된 이미지들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잊힌 과거를 복구하는 공사장이며 현실에서 실현하기 힘든 세계를 구현한 새로운 터전이다.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은 미국이 삭제한 영토들의 기록을 복구하고, 그곳의 역사를 개인의 역사에 편승해 밝히었다. 〈긴 복도〉는 어느 탐정의 탐방 영상과 추리를 통해 탐방지의 역사와 한 거주민의 인생을 주목하였으며, 〈천부적 증인께〉는 공습당하는 가자 지구를 녹화한 드론 영상과 공습 이후 거주민의 단편을 전시하였다. 이처럼 정여름은 현실에서 재현하기 힘든 역사를 재현하고 들추어 장소의 역사를 새로 기록한다. 나와 당신(I and You) 모든 작품은 사건의 중심에 위치한 화자가 있다. 정여름 작가의 작품들은 이 화자의 시점을 ‘1인칭’으로 지정한다.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의 ‘나’, 〈긴 복도〉의 탐정, 〈천부적 증인께〉의 진술자가 그러하다. 보통 1인칭으로 화자를 설정하면 독자/관람자의 몰입을 높일 수 있지만, 독자/관람자는 화자의 모든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여름의 작품에도 똑같이 적용되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실재와 가상을 넘나드는 서사 배경과 함께, 서사를 전개하기 위해 이용하는 소재가 모두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람자는 화자의 이야기를 즐기되, 신뢰하지 못하는 입장이 되고, 결국 작품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판가름하는 주체가 된다. 삶의 영토를 빼앗기고, 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전쟁에 대처하는 그들의 태도를 동정할 것인지 매도할 것인지는 관람자 즉, 우리에게 달려있다. 이렇게 작가는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화자의 인생을 들어보겠냐’고 물어본다. 나가며 관람자는 실제를 녹화한 영상들의 순간 혹은 전체를 감상하면서 흐름을 파악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실재 세계에 관한 기록이 있기에 그 이야기는 사실로 판단되기 쉽다. 즉, 작가는 실재와 가상이 혼합된 전시장을 구현함으로써 진실을 찾아보길 바란다. 마치 모두가 잊은 역사를 복구시키듯이 말이다. 합정지구에서 열린 정여름의 개인전 《Happy Time is Good》에는 영상 작업과 같이 소책자가 놓여 있었다. 린지, 정, 이시도라와 페도라의 단편적인 인생을 소설 형식으로 담았다. 이것은 〈긴 복도〉에서 탐정이 적어놓은 메모를 편집한 것인 동시에, 영상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들을 포함한 4명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나열한다. 〈긴 복도〉에서 이시도라와 페도라가 같은 인물이었다면, 소책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같은 역사를 공유한다. 한편 옵/신 스페이스에서 선보인 〈천부적 증인〉은 스크린 2개가 마주 보고 있고 그 중간에 앉아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전시했다. 관람객은 가자 지구를 공습하는 현장의 기록을 보거나 공습 이후 거주민의 단편적인 삶을 보며 진술을 들을 수 있다. 두 공간에서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탐정의 소책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건 내, 외부의 기록들이 작가가 의도한 흐름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정여름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과 토지에 주목한다. 그의 작업들은 장소의 역사에 집중되어 잊힌 장소들의 역사적 의의를 찾는다. 공격받고, 버려지며, 폐허가 된 장소를 닮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누가 제3자의 입장을 버리고 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까? 끝나지 않은 운명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이 정여름 작가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후기 🌿 아현: 정여름 작가는 작년 여름, 합정지구에 열린 개인전으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전쟁과 관련된 작품들을 멀리했었는데, 이 작가님의 작업은 흥미롭게 다가와 더 연구하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으로 하루 늦게 발송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저의 부족한 글이 정여름 작가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땡땡레터 어땠나요? (30초 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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