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을 둘러싼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땡땡 콜렉티브는 13호에서 미술을 둘러싼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대개 ‘전시’라는 형식으로 미술을 만납니다. 하지만 전시장 밖에서도 살아움직이는 미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로의 책』(돛과닻, 2022)을 중심으로 《제로의 예술》(2020~2021)을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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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선정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강민형, 김화용, 전유진 공동기획)을 토대로 하는 『제로의 책』은, 디자인 스튜디오 ‘어라우드랩’의 김보은과 김소은의 대화로 시작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제로(0)’의 기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제로가 부재를 지시하는 기호라면, 그 자리를 채워줄 무언가를 유도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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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0’은 기원전 300년경 바빌로니아에서 계산판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구태여 0을 적어넣은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0이 존재하는 순간에서야 드러나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총 46회의 워크숍과 14회의 강연, 그리고 웹진과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진 《제로의 예술》은, 인식의 가장자리에 있던 ‘어떤 것’을 지금/여기로 불러오기 위해 0을 그려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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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예술, 〈모든 몸을 위한 발레〉,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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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모든 몸을 위한 발레〉를 하는 것이다. 발레는 특정한 신체를 요구하는 예술이다. 서구형의 길고 마른 몸과 하얀 피부, 그리고 과도하게 벌어지는 무릎이 만드는 규격화된 발레의 신체에 몸을 우겨넣을 수 없는 사람들은 누락시킨다. 이때 윤상은은 노년의 몸’들’과 함께 춤추며 모든 몸이 발레로 들어올 수 있는 빈틈을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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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최명애는 재야생화(rewilding)의 사례를 소개하며 다종적 삶이 공존하는 ‘소란한 여름’을 꿈꾼다. swh/선우는 미술의 재료로 쓰여온 비인간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살핀다. 고아침은 셀카를 통해 정치적·역사적 맥락과 물질적 조건 사이에서 기술을 관찰하고 사유한다. 이처럼 《제로의 예술》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왔던 것이 모습을 드러내는 통로로 작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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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통해 들여다본 제로는 견고한 인식의 틀에 균열을 내는 빈틈이면서도, 소란스러운 목소리로 꽉차있었다. 그리고 지금껏 들리지 않던 존재들과의 조우는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마치 0의 발명으로 9 다음에 올 10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제 나는 제로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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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책』(돛과닻, 2022)
기획 제로의 예술(강민형, 김화용, 전유전)
글 강현석, 고아침, 김영옥, 손희정, 송수연, 안팎, 어라우드랩, 윤상은, 채효정, 최명애, 최승준, 헤더 데이비스
인터뷰이 김영주
부록 제공 이규동, 예술육아소셜클럽
디자인 어라우드랩
편집 김영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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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종 좋은 예술가와 혁명가는 같은 자질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곤 합니다. 두 집단은 자신의 이상향을 지금/여기로 앞당기고자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여기에 틈을 만들어 지금껏 우리가 귀기울이지 않았던 목소리를 흘려보내는 《제로의 예술》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상상과 실천을 기대하며 『제로의 책』을 소개합니다. 그럼, 제로에서 만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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