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을 둘러싼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땡땡 콜렉티브는 13호에서 미술을 둘러싼 움직임을 살펴봅니다. 우리는 대개 ‘전시’라는 형식으로 미술을 만납니다. 하지만 전시장 밖에서도 살아움직이는 미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수연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린 〈에코페미니즘 심포지엄〉 참여 후기에 관하여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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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저는 마포구에 가야 했습니다.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는 〈에코페미니즘 심포지엄〉을 위해서였어요. 처음 심포지엄이 열린다는 공고를 보고 신청하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 ‘그냥’이라는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그냥 이건 꼭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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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 심포지엄〉은 일회성 만남의 결과물로 열린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심포지엄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있었어요. 바로 2021년 7월, 〈에코페미니즘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서른여 명의 여성이 〈에코페미니즘 워크숍〉을 신청했고,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줌(화상 회의 플랫폼)으로 만나서 서로의 연구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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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은 유일신 중심의 이원론,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개발 방식에 대한 비판을 통해 여성해방과 자연 보호를 연결하는 이론이자 운동입니다. 에코페미니즘의 기본원리는 내재성, 상호연결성, 공동체입니다. 여기에 에코페미니즘만의 특징은 ‘직접 투쟁’이라고 하는 실천에 있습니다. 직접 투쟁의 주체는 여성이고, 내용은 자연개발과 가부장제에 맞서 자연을 ‘돌보고, 기르고, 키우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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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생태학(Ecology)에서 에코(Eco), 여성학(Feminism)에서 페미니즘(Feminism)을 합친 것으로, 여성 억압과 자연 착취를 동등하게 바라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에코페미니즘이 여성과 자연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에요. 에코페미니즘의 가치는 정의와 조화를 통한 남성과 여성의 상호관계 치유,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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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 워크숍〉은 에코 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Maria Mies, 1931~)가 개발한 사회 과학 연구 방법을 기반으로 진행했습니다. 미즈는 지금까지의 사회 과학 연구가 근대 과학의 전통에서 출발했기에 ‘근거 없는 객관성’에 의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적 경험, 개인의 감정과 직관에 더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워크숍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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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스피킹 아웃 그룹(Speaking Out Group): 워크숍의 시작은 참여자가 가부장제에 대한 자신의 사적 경험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일상 구석구석에 촘촘히 서린 가부장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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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액션 리서치(Action Research): 참여자는 여성학자 8인에 관한 액션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8인은 마리마 미즈, 반다나 시바, 캐롤린 머천트, 루시 리퍼드, 도나 해러웨이, 실비아 페데리치, 린다 노클린, 그리젤다 폴록입니다. 이 8인으로부터 시작한 리서치는, 이후 참여자의 일상과 직업으로 연결되어 다양한 관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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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반영(Reflect): ‘반영’ 단계가 바로 〈에코페미니즘 심포지엄〉이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에코페미니즘 워크숍〉이 개인의 삶과 예술 실천에 미친 영향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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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예은, 〈Null〉, 2022, 합판, 각재, 나사, 페인트, 사용한 인화지, 사용한 코팅지,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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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은 민예은 작가의 설치 작업 안에서 진행되었습니다. 〈Null〉은 다른 전시에서 사용된 합판 15개 조각을 재활용하여 만든 7개의 모서리입니다. 대안공간 루프 지하 1층, 심포지엄이 열리는 공간에 자유분방하게 설치된 〈Null〉은, 닫힌 공간을 만들지 않고 모서리들이 모이면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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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지금/여기 문화예술계는 에코페미니즘에 주목해야 할까요? 에코페미니즘이 문화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제가 인상적으로 들었던 심포지엄의 첫 번째 발제자 양지윤(대안공간 루프 디렉터)의 발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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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은 전시를 일으키는 미술관과 얽힌 ‘자본’을 지적합니다. 에코페미니즘이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이유는, 자본주의를 결국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실체로 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인간을 서열화하고, 자연을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자원으로만 인식하는 등 ‘거대 자본’ 중심의 자본주의 논리가 환경 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인식론을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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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이 미술계를 삼킨 사례로, 양지윤은 ‘새클러 가문(The Sacler)’을 소개합니다. 미국의 대형 제약사 퍼듀 파마(Purdue Pharma)의 소유주가 새클러 가문인데, 퍼듀 파마는 2019년부터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으로 논란이 있었어요. 퍼듀 파마는 처방 촉진을 목적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고, 환자들은 마약에 빠졌습니다. 이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가 50만 명, 중독자는 무려 250만 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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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새클러’라는 이름이 많은 사람을 격분하게 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그동안 새클러 가문이 막대한 기부를 통해 세계 각국의 예술, 의학, 다방면의 학문 기관에 새클러 이름을 새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지난 20년 동안 새클러 가문으로부터 20만 달러 이상을 기부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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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루브르박물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포함하여 전 세계 미술계가 ‘새클러’라는 이름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직면한 과제는, ‘대기업으로부터의 거대 자본 없이 미술관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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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디렉터는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심포지엄인 만큼 자신의 발제를 통해 각자 다양한 대안을 고안해보기를 제안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대안은 ‘로컬화’입니다. 물론, 기업으로부터 후원받는 일은 미술관에 분명히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미술관은 지역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꾸준히 소통해야 합니다. 이때 미술관과 지역민의 관계는, 문화예술을 경험한 지역민이 미술관에 피드백을 주고, 미술관의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식의 수평적인 관계여야 해요. 문화예술 향유 경험을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수직적인 관계여서는 안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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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코페미니즘 심포지엄〉을 듣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저는 꽤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책이나 논문을 통해 이론을 일방적으로 수용했고, 이번에는 약 10개월간 연구와 실천을 병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에코페미니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실천’이라는 점을 가슴 깊이 새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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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이자 여성인권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이미 한번 전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앞으로 어떤 노멀(normal)을 선택할지가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고, 화상 회의가 일상화된 ‘노멀’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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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와 거대 자본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기에,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팬데믹이 어느 정도 주기로 우리를 찾아올지 모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나’의,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할까요? 내 삶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모색해야 할 ‘뉴 노멀(new normal)’의 시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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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우선은 이 학문 자체에 관심이 생겨서, 〈에코페미니즘 워크숍〉의 발자취를 한번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2011), 마리아 미즈·반다나 시바의 『에코페미니즘』(2020), 캐롤린 머천트의 『자연의 죽음』(2005) 등 심포지엄에서 언급된 책들을 읽어볼 예정이에요. 여러분도 함께하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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