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미술과 대화하는 방식 오늘 수연은 합정지구에서 진행하는 김양우 작가의 개인전 《통근 생활》을 리뷰했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통근하는 네 명의 현대인, 그리고 그들의 통근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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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목요일 오후 6시에 발송되었습니다.
당신은 이 메일을 언제 열어보았나요?
혹시, 퇴근길이신지요?
출퇴근 시간을 보내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디에서 어디로 통근하시나요?
마지막 질문. 통근 시간은 당신에게 낭비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휴식 시간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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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이 없어서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에 어디를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다. 가끔 나들이 갔다가 퇴근 시간에 겹쳐서 집에 돌아올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지하철에서 풍기는 텁텁함과 찌듦에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반면, 드라마를 정주행하거나, 책을 읽는 등 출퇴근의 무료함에 섞이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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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전시를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합정역으로 갔다. 합정역에서 6호선 쪽 출구로 나오면 가장 처음 거대한 교차로를 마주하는데, 온갖 방향에서 오는 차들 때문에 순간적으로 지리감을 상실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합정역은 강남, 인천, 일산, 파주 등 빨간 버스와 광역급행버스의 하차 지점이다. 공항철도가 정차하는 홍대입구역과도 가까워서 합정역은 서울 외곽과 경기도의 통근자를 서울 도심으로 끌어당긴다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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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교통 요충지인 합정역 부근, 합정지구에서 김양우 작가의 개인전 《통근 생활》이 진행된다. 합정역 쪽에서 걸어오면 전시장 입구로 돌아가기 전에 〈김양우, 로박림, 히노하라 요시카즈, 통라 창사웅의 통근〉을 먼저 발견한다. 이는 합정지구 한쪽 창문에 흰색 마카 같은 것으로 글을 쓴 작품으로, 전시에서 주요하게 다룬 네 명의 통근자 이야기와 통근 경로를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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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우, 〈김양우, 로박림, 히노하라 요시카즈, 통라 창사웅의 통근〉, 2022, 혼합매체,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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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서문을 읽는 행위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외부와는 전혀 다른 공기에 적응할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료한 일상과는 다를 무언가를 기대하고 전시장의 문을 열기 때문이다(물론 무료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양우, 로박림, 히노하라 요시카즈, 통라 창사웅의 통근〉은 전시 《통근 생활》의 서문과도 같은 역할을 하며, ‘전시’라는 동화, 만화, 소설, 혹은 산문에서 네 명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등장인물 소개란과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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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우는 한국에서 서울과 경기도 화성 사이를 출퇴근했고, 로박 림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국경을 25년 넘게 오갔고, 히노하라 요시카즈는 일본 도쿄에서 이세사키시 군마현을, 통라 창사웅은 방콕 도시권에서 청소 노동자로 12년 동안 일하며 통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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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우, 〈1:100,000〉 측면 사진 (사진 촬영: 최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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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지구 1층 입구에 전시된 〈1:100,000〉 연작은 위 네 명의 통근 거리를 십만분의 일로 축척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경로는 인터넷 지도 플랫폼에 따온 것이라는 점이다. 몇십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길이여도 지도로 보면 손가락 길이 정도로 보이기 마련이다. 인터넷 지도 플랫폼을 통해 출발지와 도착지가 한눈에 보이는 상태에서 생략된 것들을 보기 위해서는 몇 번이고 확대해야 하듯, 이렇게 간소화된 노선에는 복잡한 인간의 심리와 보이지 않는 계층, 부동산 문제 등이 웅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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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우, 〈44.6km〉, 2018, 로박 림의 통근, 싱가포르 주롱이스트에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까지 오토바이,
단채널 비디오, 00:16:44. (사진 촬영: 최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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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에는 김양우, 로박 림, 히노하라 요시카즈, 통라 창시웅의 통근을 실제로 촬영한 네 개의 단채널 영상이 마름모꼴로 배치되어 4채널 영상으로 재생된다. 이들은 도보, 오토바이, 버스, 지하철, 기차, 자가용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하여 긴 거리를 통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는 매일같이 볼 정도로 익숙한 풍경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는 전시장에 와서까지 이런 도시의 잡음과 교통 소음을 들어야 하냐며 불평할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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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게이틀리는 『출퇴근의 역사』에서 “(출퇴근 시) 우리의 불편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비대칭적 의사소통’”이라고 한다. 자동차의 엔진은 돌아가는데 바퀴는 가만히 있고, 러시아워 동안 열차 통근자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은 한없이 협소하여 불쾌감을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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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전시 《통근 열차》는 통근이 마냥 나쁜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통근 상황과는 가장 거리가 먼 전시장에서 통근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반가움, 익숙함 내지 불쾌함, 답답함 등으로 통근은 감상자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린다. 이 전시가 골치 아픈 통근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의 통근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확장될 것이다. 또한, 도심과 주변부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경험은 도시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연결되어 통근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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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다시 묻는―
통근 시간은 당신에게 낭비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휴식 시간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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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배진선, 「변두리에서 뻗은 궤적, 김양우의 묵시적 통근」, 《통근 생활》 전시안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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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 생활 》
구분 개인전
작가 김양우
장소 합정지구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40)
기간 2022.6.17.(금) - 2022.7.17.(일)
시간 13:00 ~ 19:00 (화~일)
요금 무료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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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이야기했듯 저는 통근을 본격적으로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출퇴근 시간이 겹치면 그 노고와 지친 기색을 고스란히 전해받고는 했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시간도 궁금하네요! 여러분의 통근 생활은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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