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돌아온 릴레이 글쓰기 『땡땡레터』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돌아왔습니다! 바로 ‘릴레이 글쓰기’입니다. 한 사람이 단어를 제시하면, 다음 사람은 단어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선정한 뒤, 그다음 사람은 그 작품에 관한 글을 쓰고, 마지막 주자가 단어를 맞힙니다. 아현이 단어를 고르고, 수연이 떠올린 작품에 관해 현지가 글을 썼습니다. 강리는 과연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요? |
오늘은 이야기를 하나 들고 왔어, 한번 들어볼래? |
있잖아, 토끼들이 살고 있는 포도마을이 있었어. 이 마을은 평화로웠고 자유로웠지. 그런데 어느날 사자들이 마을에 들어온 거야. 사자의 방문은 재앙이었지. 왜냐고? 토끼는 다른 동물을 처음 본데다가, 사자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던 질병까지 퍼뜨렸거든. 토끼는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어갔어. 게다가 사자가 포도마을까지 탐내기 시작하면서 토끼들을 몰아냈어. 물론 토끼도 대항했지만, 작정하고 온 침략자들을 당해낼 수 없었지. 토끼의 삶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해. |
이 이야기는 호주 원주민(토끼)과 영국인(사자)의 이야기야. 호주 원주민의 비극은 18세기에 시작되었는데, 영국은 자국의 흉악범을 호주로 강제 이주시켰고 원주민을 몰아내고 호주를 차지하기 위해 원주민 탄압 정책을 펼쳤어. 이 과정에서 수많은 원주민이 학살되었고 희생되었어. |
심지어 1900년~1970년에는 원주민 가정의 아이를 강제로 빼앗아 수용소로 보내거나 백인 가정으로 입양시키는 소위 ‘원주민 개화 정책’을 시행했어. 이 세대를 빼앗긴 세대 또는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s)’라고 불러. 이들은 부모와 강제로 헤어지고 열악한 환경에서 학대받으면서 살 수밖에 없었어. 상당수가 성인이 돼서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해. |
침략자들은 원주민에게 과연 반성하고 사과했을까? 그전에 한 작품을 같이 보고 싶어. |
Tony Albert, 〈Sorry 2008〉, 2008, Found kitsch objects applied to vinyl letters, 200×510×10cm 99개, James C. Sourris AM 컬렉션 Purchased 2008 with funds from James C Sourris through the Queensland Art Gallery Foundation / Collection: Queensland Art Gallery | Gallery of Modern Art / © Tony Al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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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알버트는 호주 원주민(Aborigine)과 그 역사를 주제로 회화, 사진, 혼합매체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야. 〈Sorry〉는 그가 수집한 호주 원주민과 관련된 소품으로 글자가 구성되어있어. 소품을 통해서 호주 원주민들을 나타내는 거야. 이 소품들은 원주민들의 모습이나 그들의 전통 패턴이 담겨있지만, 백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원주민의 모습이기도 해. |
Tony Albert, 〈Sorry 2008〉, 2008, Found kitsch objects applied to vinyl letters, 200×510×10cm 99개, James C. Sourris AM 컬렉션 Purchased 2008 with funds from James C Sourris through the Queensland Art Gallery Foundation / Collection: Queensland Art Gallery | Gallery of Modern Art / © Tony Al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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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3일 호주의 총리, 케빈 마이클 러드는 호주 정부의 원주민 탄압 정책의 피해자들과 그 후손을 의회에 초대하고 과거 정책에 대해 사과를 했어. 그렇지만 사과 이후 원주민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아. 여전히 호주 원주민은 가난하며 차별에 시달리고 있고, 범죄에 연루될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있어. |
뒤집힌 SORRY, YRROS 보이지? 작가는 ‘미안해’라는 말이 실제 행동,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는 단어일 뿐임을 보여주며, 오늘날의 원주민이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요청하고 있어. |
너희는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해?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는 아낌없이 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나는 미안하다는 말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먼저, 미안할 일을 되도록 만들지 말아야지. 그리고 충분한 사과는 해결책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말로 하는 사과도 필요하지만, 말뿐인 사과는 적어도 내 앞에서는 넣어뒀으면 좋겠어. 호주 정부가 원주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지만, 2008년의 상징적인 사과를 자랑스러워하기만 해도 될까? 실질적으로 원주민에게 필요한것에 대해 생각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제가 수연에게 전달한 단어는 사과(Apology)였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등 타인에게 '미안해', '죄송합니다'와 같은 말은 처음 내뱉을 때는 어렵지만, 반복하다 보면 그 진심이 퇴색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에게도 당장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은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사과'는 잘못을 비는 사람의 태도 못지않게 사과를 인정하고 용서하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현지의 글에서 소개된 SORRY가 정말 진심을 담고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수연이 제가 제시한 단어에 걸맞은 작품을 선정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최근 원주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몇몇 보았습니다. 그러다 ‘애보리진’이라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Australian Aborigine)을 알게 되었어요. 이전에 몰랐던 원주민 부족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지 않은 정보를 찾아보고는 했는데, 〈SORRY 2008〉도 그렇게 발견한 것입니다. 글에도 나와 있듯, ‘도둑맞은 세대’는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외로움, 절망감, 무력감이 어느 정도였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지요. 그래서 아현에게 단어를 전달받았을 때,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와중에도 이 작품만이 머릿속에 있었어요. 아마 이번 릴레이 글쓰기 중에 가장 맞히기 쉬운 단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
작품을 받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나는 사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였습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호주 원주민(Aborigine)의 이야기를 보며 어떻게 글을 써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고 한참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모쪼록 너무 무겁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작성했어요. '릴레이 글쓰기에서 정답을 맞힌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웃음) 그리고 "미안해" 대신, 항상 함께 머리를 맞대는 땡땡 콜렉티브 구성원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
이 이야기는 아마도 사과에서 시작되었을 것만 같아요. (문득 아현이 사과(Apology)가 아니라, 사과(Apple)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저는 빨간 사과보다는 미안함이 담긴 사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현지는 “미안하다”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미안하다”는 말이야말로 우리 사이에 내재한 가능성을 가늠하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잘못도 일어날 수 없는 관계야말로 이미 죽은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미안하다”는 말이 보여주는 관계의 다이내믹을 사랑합니다. 혹시 오늘의 땡땡레터를 읽고 미처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지 못한 얼굴이 떠오르신다면, 오늘 한번 연락을 시도해보셔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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