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띵동, 편지가 도착했어요! [Web 발신] 안녕하세요, 땡땡레터 집배원입니다. 고객님 앞으로 발송된 우편을 22. 11. 17.에 배달 완료하였습니다. 항상 땡땡레터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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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살고, 전시 보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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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지인의 소개로 처음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서 당신의 전기를 담은 책과 당신의 손끝에서 탄생한 순간순간을 눈에 담으며 당신의 삶에 서서히 스며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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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당신이 세상을 떠나기 조금 전인 2007년, 존 말루프라는 청년이 시카고 경매장에서 네거티브 필름 10만 장이 담긴 상자를 통째로 사 간 적이 있어요. 사진의 주인은 비비안 마이어,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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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루프는 필름 상태로 남아 있던 것들을 모두 인화하고, 당신의 삶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비비안 당신이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당신은 왜 사진을 찍었고, 왜 그 사진을 다른 이와 공유하지 않았는지, 왜 현상도 하지 않은 수많은 필름을 창고에 그대로 방치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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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루프의 발견이 도화가 되어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람은 샅샅이 훑어지고, 뒤지어지고, 그의 모든 작품은 퍼즐 맞추듯 완성되었어요. 지금 당신은 영화 〈캐롤〉(2016)에 영감을 준 인물이고, 당신의 삶은 다큐멘터리로, 책으로, 전시로 재구성되었어요. 이제 비비안 마이어는 유명해졌어요. 당신은 ‘보모 사진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셀피(selfie)’의 원조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당신의 지난 삶을 엿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의 모든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기를 원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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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 저는 처음에 당신은 분명 직업적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당대 최고급 카메라 롤라이플렉스를 장만한 후 뉴욕으로 돌아왔고, 사진전을 보러 다니며 제도권 사진작가와 어울리려고 노력했으며, 뉴욕으로 돌아온 지 1년이 되던 해를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라고 부르기도 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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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순수한 것, 뒤틀린 것 모두에서 아름다움을 찾았고, 사람들 대부분이 신경 쓰지 않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쏟아질 듯 풍성한 꽃도, 넘쳐흐를 것 같은 쓰레기도 모두 사진에 담았습니다. 비비안 마이어만의 작품에는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 대칭, 패턴, 질감이라는 일관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업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과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떻게 공존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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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오로지 지금을 찍어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입니다. 유리창에 대고 사진을 찍어서 반사된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데요. 반사된 몸이 실제 몸보다 커서, 실제 비비안 마이어가 유리창에 비친 비비안 마이어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을 뚫고 지나간 시선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유리창이라는 하나의 레이어가 쌓임으로써 잔상처럼 남은 배경 사이에서는 당신만이 또렷합니다. 당신의 존재가 형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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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선 질문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이제야 무엇이 중요한지 떠오릅니다. 당신에게 카메라는 무엇이었나요?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간을 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인 듯합니다. 카메라는 당신이 원할 때면 언제라도 세상으로 들어가 자신이 있어야 할 정당한 위치를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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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분열 장애와 저장 장애를 가지면서 스스로 세상과 멀어지기를 택했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듯 당신도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고, 사랑받고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원했을까 추측해봅니다. 사진은 그렇게 멀어진 세상에 잠시나마 가까워질 수 있는 도구가 되었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명확한 자질이 비비안 마이어를 묘사하는 모순된 말과 조화를 이루며, 진정한 자아를 드러낸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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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당신을 지켜준 일상의 루틴이라면, 제게는 여행과 글쓰기가 그렇습니다. 아, 요즘에는 운동도 추가되었어요. 당신을 생각하며, 종종 친구들에게 너를 지켜주는 루틴이 무엇이냐고 묻고는 합니다. 필연적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를 응원하는 요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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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당신의 궁극적인 바람이 무엇이었을지 알 수 없을 테죠. 그렇지만 마이어, 저는 당신의 진정한 꿈과 바람이 어떻게 해서든 이루어졌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총총 연필을 놓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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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품과 예술가 개인의 인생사를 지나치게 결부해서 보는 태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자신이 이해하는 대로 인생을 만들어간 당찬 여성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을 지켜주는 루틴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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